국내 산업계에도 영향력 가시화…“플랫폼 전략 무서움 알아야”

시가총액 280조원을 넘나드는 중국 IT기업 텐센트는 국내 문화산업계에도 하나의 화두가 됐다.업계 안팎에서는 텐센트의 플랫폼 장악전략이 성공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 사진=shutterstock alphaspirit

 

시가총액 280조원을 넘나드는 중국 IT기업 텐센트는 이제 국내 문화산업계에도 하나의 화두가 됐다. ‘알리바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언론 보도량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투자를 감행한 점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텐센트의 플랫폼 장악전략이 성공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전략의 효과가 국내 문화산업계에도 보다 장기적인 충격파를 던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문화산업계에 따르면 IT기업 텐센트의 무한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사드배치 국면에서도 텐센트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모양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국내 한류기업의 현지공략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무풍지대라는 증권가 일각의 분석이 있었다. YG의 3대주주가 텐센트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보다 2개월 앞서 YG는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텐센트와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YG는 상하이 펑잉 비즈니스 컨설턴트 파트너십과 텐센트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5500만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보통주)를 결정했다. 또 최대주주가 보유한 3000만달러 상당의 구주도 양도했다. 우리 돈으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셈이다.

상하이 펑잉 비즈니스 컨설턴트 파트너십은 웨잉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다. 웨잉은 중국 온라인·모바일 티켓팅 1위 업체다. 웨잉은 텐센트의 SNS플랫폼 위챗 내 티케팅 앱을 개발·운영하다가 독립했다. 텐센트가 2대주주다. 이를 통해 콘텐츠와 엔터테이너에 국한된 YG가 텐센트를 통해 중국 플랫폼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사드 배치 국면에서 플랫폼 위주 진출은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텐센트는 위챗(SNS), QQ뮤직(음악), 텐센트 비디오(동영상) 등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위챗 사용자만 약 9억명에 가깝다. SNS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데 유용한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권윤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YG는 아직까지 중국 활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3대주주인 텐센트의 여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도 텐센트비디오, QQ뮤직을 통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프로모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밝혔다.

YG의 사례는 텐센트를 이해하는 하나의 매개고리에 불과하다. 지난 6월 텐센트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세계적인 모바일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관련 전문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슈퍼셀은 가치 평가액만 11조원이 넘는 회사다. 과연 11조원의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답은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대신 해줬다. 지난 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주가는 4.2% 오른 210.20 홍콩달러에 마감해 시가총액이 1조9900억 홍콩달러(미화 2566억 달러·약 283조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기준으로 알리바바,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였다. 이후 한 달 간 텐센트 시가총액은 알리바바와 함께 아시아 1위~2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문화산업계 관계자들은 공히 텐센트의 플랫폼 전략을 보다 주시해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중국관련 사업을 기획·담당하는 임희주 주임은 “텐센트는 세계 게임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으로 유명해졌지만 위챗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핀테크, 미디어, 광고, O2O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이 더 두드러진 특징”이라며 “텐센트 성장동력은 파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에 더해 모바일 플랫폼 활용 극대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5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YG엔터테인먼트와 텐센트의 협약식 모습. / 사진=YG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도구다. 최근 중국 문화산업계도 플랫폼에 강한 기업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습이다. 영화업계가 대표적이다. 박영규 CGV중국전략팀장은 한 포럼에 나와 “영화제작업 1위이던 화이브라더스가 완다에 밀렸다.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장악전략에 밀린 것”이라고 밝혔다. 완다는 이른바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이미 진출한 티케팅 시장에도 진출했다. 역시 플랫폼 극대화 전략이다.

플랫폼 우선 전략은 텐센트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텐센트는 태초에 모바일 게임을 한국에서 수입한 뒤 자기 플랫폼에 얹히면서 수익을 냈다. 굳이 스스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아도 플랫폼 제공만으로 그 안에서 이용자들이 또 다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효과를 십분 활용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YG 투자 역시 텐센트 플랫폼 트래픽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플랫폼 우선 전략은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미 플랫폼을 장악한 덕에 콘텐츠 제작 시장에도 뛰어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무주공산이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미국 넷플릭스(Netflix)가 이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하우스 오브 카드’로 드라마 시장에서도 성과를 낸 게 대표적 사례다. 반면 중국 영화제작업 1위 업체였던 화이브라더스 역시 뒤늦게 극장업에 진출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장민지 박사는 “지금은 한국이 콘텐츠제작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 그런데 텐센트가 넷플릭스처럼 질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국내 콘텐츠를 텐센트 플랫폼에 얹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와 엔터테이너 중심으로 짜인 국내 한류수출 구조에 근본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 콘텐츠업계에 불고 있는 ‘텐센트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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