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린 수요 예측치로 3개 사업에 2조원대 지급…여야 "국민 혈세 낭비" 한목소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지난 4일간 국감일정을 거부했던 국토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날 열린 국감에 참여했다.  / 사진= 최형균 기자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민자 고속도로에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는 문제를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민자도로 사업 초기 교통량 예측치가 실제 통행량을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민간의 잘못된 통행량 예측치를 근거로 한 MRG(최소운영수입보장) 협약으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발해 국감일정에 불참했던 여당 위원들이 5일 만에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피감기관인 한국도로공사‧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국토위 간사인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은 의사진행에 앞서 “지난주 4일 동안 국감에 새누리당이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뒤늦게 참여했지만 여당으로서 해야 할 모든 사안을 염두에 두고 국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국감에선 민자 고속도로 문제가 화두였다. 민자 고속도로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민간 제안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사업 초기단계에서 민간 사업자는 외부 용역을 바탕으로 도로 통행량을 예측한다. 이를 근거로 예측치 대비 실제 통행량이 저조하면 부족한 통행수입분을 정부가 MRG 협약을 근거로 재정으로 보조한다. MRG는 2009년 이래 폐지됐다.

국토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민간 사업자가 해당 예측치를 과다 추정하면서 정부 재정이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 사업자가 공사진행시 공공기관인 도공 대비 이자비용과 공사비가 늘어난 결과 통행료가 높아져 국민 부담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자도로는 도로공사가 재정을 투입한 구간 대비 통행료가 약 1.7배 높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자구간인 인천공항‧천안~논산‧대구~부산 고속도로를 근거로 민자 고속도로 예측치가 과다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구간이 개설된 이래 정부가 MRG로 민간 사업자에 지급한 금액은 2조3576억원에 이른다.

전현희 의원은 “현행 민자도로 사업상 30년 계약기간 동안 (통행량) 예측치를 한꺼번에 예측하고 이를 변경할 수 없다. (민간 사업자가 예측치를) 부풀려 계약하고 실제론 (통행량을) 밑돌아 (MRG를 정부에게) 지급 받는다”며 “민간 사업자가 해마다 천문학적 보증금을 재정으로 받아간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민간 사업자가 예측치를 과다 추정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자고속도로 (통행량) 예측치를 매년 갱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은 정부가 MRG 보장 비율을 종전 90-> 80% 내외로 낮추는 등 민자도로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자도로) 수요예측의 문제점을 인정한다”며 “투자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교통수요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보강해 수요예측 부분에 대한 실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수요예측이 잘못된 경우 다시 조사할 수 있게 재조사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 중이다. 아울러 (민간 사업자가) 수요예측을 부실하게 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존 MRG 협약을 수정하기 위해 정부의 강한 협상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는 민자사업인 9호선 지하철 민간 사업자와 협상을 강하게 해 적자보존률을 대폭 줄였다”며 “정부는 민자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부분에 대한 협상을 다시 진행해 국민 혈세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왜 모색하지 않고 있나”고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민자도로로 재정이 낭비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국민이 봉'이라는 강한 표현을 했다. 아울러 그는 민자도로 문제점을 조사하기 위해 국토위 차원에서 특별 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국토위 3당 간사간 협의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포함한 민자도로 정책결정과정 등 모든 과정을 조사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벌 컨소시엄이 부풀린 통행량에 근거해 국민의 세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민자도로의 문제점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을 검토해 개선방안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가의 기본이 되는 고속도로는 재정을 투입해 건설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DB를 통해 수요 예측량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선 과태료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든 만큼 (문제점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