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이전으로 수요 일시적 급증 탓…공직사회 '김영란법 공포증' 드러내

29일 세종시 도담동 인근 거주지 / 사진=최형균 기자

 

“보증금 500에 월 30씩 내면서 세종시에서 거주하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가 수십, 수백명 이상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더군다나 란파라치 때문에 공무원들이 원룸 구하기가 급격히 어려워졌을리도 만무하고요.”

세종시 관가에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이 세종시에 모여들면서 원룸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29일 현지 부동산업자들에게 확인 결과 원룸형태로 세입자를 받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수급동향은 예년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사회의 '김영란법 공포증'에 의해 뜬소문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청사로 근무지를 배정받은 공무원들은 세종시 거주시 국민임대주택 입주권이 일정 비율 주어진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이 임대주택에 들어갈 순 없다. 이에 도시형생활주택(아래층 상가, 위층 주거단지), 오피스텔 등을 통해 공급되는 전용면적 20㎡(10평 미만) 원룸에 세를 주고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보증금 500, 월세 30~35 매물이 대다수다.

세종시 대표 원룸촌은 3곳으로 나뉜다. ▲세종1청사와 가장 인접한 1-5생활권인 도담동 ▲​국세청 등 세종2청사가 들어선 2-4생활권 나성동 ▲​금강 너머 세종시청이 있는 3-2생활권의 대평동 등 인근에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많다. ​

세종시의 비싼 전세자금이 공무원들의 원룸수요를 늘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말 세종시 아파트 전세가격은 연초 대비 3.4%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인접 지역인 대전(2.2%)은 물론 서울(1.6%) 지방(0.6%) 대비 높은 상승률이다. 비싼 아파트 전세가격의 대체재로 세종시 공무원들이 원룸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무원들의 비위사실을 적발하려는 소위 란파라치들에 의해 원룸대란이 발생한다는 소문이 공무원 사회에서 돌고 있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자와 만날시 3‧5‧10(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제한선을 규정했다. 란파라치가 포상금(보상금, 포상금 최대 각각 2억원, 30억원)을 노리고 공무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종시로 대거 유입됐다는 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거주지에서 자녀들이 거주하는 상급 직위자, 독신이거나 신혼부부인 과장급 공무원들 사이에서 원룸수요가 있다”며 “란파라치로 공무원들이 원룸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것과 별개로 해당 지역의 올해 원룸수급 상황은 예년과 비슷했다고 세종시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전한다.

도담동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특별히 올해 들어 원룸 관련 문의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란파라치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그외 2-4, 3-2 생활권과 도심 외곽 지역 장군면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도 "원룸을 구하기가 예년보다 더 어려워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세종시에서 특별히 수요가 급증한 시기는 없다고 말했다. 란파라치로 물량부족이 발생한 시기는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종청사 인근 세종시 원룸수요가) 란파라치로 인해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다"라며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추가 공급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란파라치로 인한 원룸난 소문의 진실은 '정부부처 이전으로 인한 일시적 수요증가'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김영란법 시행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뤄진 정부부처 이전(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으로 1400여명의 공무원이 세종시로 유입됐다​. 4월 세종시 전입인구 순 전입인구(2038명)의 약 70%에 해당한다.​ 다수의 공무원이 원룸을 구하는데 애를 먹으면서 란파라치를 원룸수급과 엮어 '란파라치로 인해 원룸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공무원 사회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몸사리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26일 진행된 국정감사 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제각각 점심값을 결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접대비를 3만원 이상 지출하면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부정적인 사안을 공무원들이 김영란법, 나아가 란파라치와 연계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세종청사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최근 외부 약속을 잡는 것도 꺼리고 있다. 직무관계성과 관련돼 엮이면 김영란법 적용 첫번째 사례로 처벌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공무원들의) 모든 신경이 김영란법에 모여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무원들의 김영란법 공포증으로 인한 뜬 소문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유권해석을 통해 특정 사례를 근거로 법위반 여부를 설명했다. 하지만 유권해석은 해석일 뿐 실제 판례가 나와야 공무원들의 긴장국면도 해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에서 주최한 김영란법 특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 뜬금없이 원룸과 엮어 소문이 발생하겠냐”며 “법 위반사실을 통해 판례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야만 김영란법 관련 뜬소문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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