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권고도 22건…법 제정에도 실태 안 바뀌자 당국 적극 대응 모양새

지난 2일 오전 서울 명동예술극장앞에서 배우들이 '명동 우체부의 프러포즈' 공연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명동 우체부의 프러포즈' 공연은 매주 금, 토 하루 3번 명동예술극장 인근 도로에서 열리며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 사진=뉴스1

 

예술인 복지법 제정 후 첫 시정명령 사례가 나왔다. 3개월 간 연극에 출연한 예술인 6인에게 출연료를 미지급한 사건이다. 시정명령보다 한 단계 낮은 시정권고도 22건이 이뤄졌다. 법 제정 5년이 지나도 실태가 크게 안 바뀌자 당국이 적극 대응하기로 기조를 바꾼 모양새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복지법을 위반해 예술인에게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최초로 시정조치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예술인 복지법은 2011년 11월 제정됐다.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그 작가의 이름을 따 일명 ‘최고은법’으로 불린다.(관련기사: 현실과 괴리 비판받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 시행) 지난해 6월에는 연극배우였던 김운하씨가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사망한 지 5일이나 지난 뒤에 발견됐다. 불규칙한 수입으로 생활고에 허덕인 게 원인이었다.

이번에 예술인 복지법상 첫 시정명령을 받은 사건은 연극 기획자 ㄱ씨가 예술인 6인에게 출연료를 미지급한 건이다. 예술인 6인은 3개월간 ㄱ씨가 기획한 연극에 출연했다. 하지만 출연료 중 일부만을 지급받고 나머지 총 1300만 원가량을 지급받지 못했다.

문체부는 예술인 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접수받고 ㄱ씨에게 출연료 지급을 권고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ㄱ씨에게 미지급된 출연료 전부를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ㄱ씨가 정해진 기간 내에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면 처벌 근거는 어떻게 될까? 예술인 복지법에 근거하면 ㄱ씨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또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 재정 지원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시정권고는 22건에 이르렀다. 문체부는 촬영스태프 임금 미지급과 웹툰 작가 불공정계약 체결 등 22건의 신고사건에 대해서 시정권고를 한다고 밝혔다. 시정권고를 받은 사업주가 정해진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할 예정이다.

‘2015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계약 체결을 하고 예술활동을 한 예술인 중 12.2%의 예술인이 부적절·부당한 계약 체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15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방송 제작스태프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인지도는 43.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체부는 문화예술 분야의 임금 미지급과 불공정계약 등 불공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예술인의 정당한 지위와 권리 보호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는 제재 조치를 적극 시행할 계획이다.

문체부 정책담당자는 “예술인 복지법에 근거한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통해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예술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공정한 예술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예술인복지법이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29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한 손아람 작가는 “예술인 복지법은 탄생부터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다. 기초생활수급제도가 있다 해서 회사에 들어가 받는 월급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예술인 복지법이 추상적으로 다루는 불공정 문제를 구체적으로 처벌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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