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다,’ 초지능의 도래

레이 커즈웰 '특이점이 온다' 영문판 표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점은 반드시 온다는 입장이다. / 사진=바이킹, 페어유즈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를 설명하는 개념들은 많습니다. 먼 미래에 발현될 인공지능 관련어로는 특이점(singular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가 있습니다. 둘 다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창조주 인간을 뛰어넘는 시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 특이점(Singularity),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순간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기술을 뛰어넘는 시점을 말합니다. 인간이 개발하는 인공지능보다 인공지능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이 더 뛰어난 시대를 말하기도 하죠.
 

한마디로 인간이 더이상 기술이나 과학으로 세계를 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창조물이 인간보다 더 이해를 잘하게되는 미래를 상상한 가정입니다. 1958년 폰 노이만이 고안한 개념이지만 레이 커즈와일 저서 ‘특이점이 온다’ 덕분에 유명해졌죠. 


한동안 인터넷에서도 많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직후 더 그랬어요. 일정부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알파고가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은 아닙니다. 바둑을 인간보다 잘한다고 해서 인간이 이해하지 못할 기술이나 과학이론을 창출해내지는 않잖아요. 알파고는 특이점을 넘기 위한 그 과정 중에 있죠. 정말 넘을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문가들은 그래서 특이점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크리스토퍼 코프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창조물일 수도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좋게 보면 아무것도 개발안해도 인공지능이 척척 알하서 해주겠네요. 머리 아픈 과학 공부 안해도 된다니… 세상에 이렇게 편리할 데가 있나요.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죠. 아니 이게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져서 인간을 멸망시킨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죠. 반면에 아무도 배우려고 하지 않아 인류의 지식이 퇴보하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기계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에 극단적 허무주의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초지능(Superintelligence) 인공지능 진화의 끝
 

초지능은 말 그대로 '초'지능입니다. 슈퍼맨의 슈퍼처럼 현세의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말합니다. 인공지능의 경우 특이점이 오고 지능폭발이 이루어지고 범용인공지능이 발전했을 때, 비로소 초지능이 나옵니다.
보스트롬 옥스포드대 철학과 교수는 초지능에 다다르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인공지능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은 인간 뇌를 그대로 복사하는 방법입니다. 지난 시간 살펴 본 카발이라는 인공지능이 이런식으로 만들어졌죠. 또 다른 방법은 인간 자체뇌를 향상시키는 방법입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소재가 많죠. 유전자 조작이나, 개나 소처럼 인간을 품종개량한다는 발상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보셨나요? 전자두뇌에 기반한 삶을 살고 인터넷 바다를 실제 바다마냥 서핑하고 다니죠. 컴퓨터 디지털 데이터를 인간이 직접 가공할 수 있을 때 초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망 구성을 통한 지능 형태가 있습니다. 많은 영화의 단골주제이기도 해요. 영화 <아바타> 같은 경우 행성과 교감하고 지능을 공유하는 일종의 초지능을 그린 셈입니다. 개체의 지능을 다 같이 연결해서 하나의 거대한 뇌, 공동체, 집단 지성을 창조하는 일이지요.
 

보스트롬 교수는 각각 분야마다 성공가능성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초지능을 찾기 위한 방식들이 서로 보완하면서 언젠가는 초지능을 만들 것이고 생각하죠. 그래도 인공지능이 최우선적으로 초지능에 다가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합니다.
지금 얼핏 살펴보았지만 초지능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죠. 각종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서 나오는 주 소재입니다. 우리가 만든 창조물이 우리를 뛰어넘고, 우리가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진화하는 초인이 된다니 공상과학 만화 같죠. 이제는 더 이상 싸구려 공상과학 영화라고 보기 힘들어졌어요.

 

그럼 초지능의 시대는 언제 올까요?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인간 지능 수준의 인공지능이 나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2040년 50%, 2075년엔 100% 인간 지능에 준하는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장담합니다.
 

초지능은 인간 수준 인공지능이 개발된 지 30년 후 등장한다고 하네요. 넉넉 잡아 2105년이겠군요.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이 2040년 나타난다니,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인류는 또 다른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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