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해야 인간 같은 기계를 만들 수 있어

다트머스 여름 연구 프로젝트 참석자 5인이 2006년 7월 인공지능 컨퍼런스에 참석해 사진 촬영했다. 왼쪽 두번째 존 매카시 다트머스대 교수, 가운데 마빈 민스키 MIT 교수 / 사진 = 조지프 머링
1956년 미국 뉴햄프셔주 그래프턴 카운티(Grafton County) 하노버 소재 다트머스대학에선 인공지능 연구 역사에 획을 긋는 행사가 열립니다. 인공지능에 관한 다트머스 여름 프로젝트(Dartmouth Summer Research Project on Artificial Intelligence). 존 매카시 다트머스대 수학과 교수, 마빈 민스키 MIT 인지과학 교수, 나다니엘 로체스터 IBM 연구원, 클로드 새넌 MIT 정보이론 교수 등 인공지능 관련 분야 전문가 11명이 처음으로 인공지능 개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죠.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 MIT 교수


민스키 교수는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며 MIT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죠. 로체스터 연구원은 IBM 701 컴퓨터를 설계했어요. 새넌 교수는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수학자이자 전자공학 석학이었습니다. 아무튼 인지과학, 정보처리, 자동화 이론 등 인공지능 분야 최고 석학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였습니다.
 

다트머스 여름 프로젝트 이래로 기호 인공지능(Symbolic Artificial Intelligence)이 인공지능 연구의 주류로 자리잡습니다. 이 추세는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됩니다. 기호 인공지능은 문제 해결, 논리, 검색 관련 기호 체계에 기초한 인공지능 연구방법론 총칭합니다.
 

존 호지랜드(John Haugeland) 미국 시카고대 철학과 교수는 1985년 자기 저서에서 기호 인공지능을 고파이(GOFAI·Good Old-Fashioned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 명명합니다. 해석하자면 '그리운 옛 시절 인공지능' 정도가 되겠네요. 고파이는 별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정식명칭으로 거의 굳어졌어요.
 

“다음과 같은 추론에 기초해 인공지능 연구를 시작한다. 앎의 과정과 지능의 모든 부분은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기계에 그 과정을 적용할 수 있다. 언어를 사용하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면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기계와 인간만이 푸는 문제를 해결할 기계를 만들 수 있다.”
 

고파이 개발자들은 인간 지능의 본질적 틀성을 기계에 프로그램으로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인간처럼 학습할 수 있다는 생각했죠. 천재들 치곤 의외로 순진하죠다. 인간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면서 그 방법은 단순 반복 작업에 불과했습니다. 10개 금고 중 하나에 금괴가 들었다면 고파이는 금고 10개를 열고 확인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10개라면 별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아주 복잡한 문제, 즉 변수가 지나치게 많아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불어나면 손 들고 말죠.
 

인간 지능을 모방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우리는 인간 지능의 본질을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기계에 넣다니 어불성설이죠. 기계가 이 과제를 해내기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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