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구별방법 '튜링테스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유년기 모습. / 사진=퍼블릭도메인

 

당신이 방에 혼자 앉아 있다고 칩시다. 벽으로 가로 막힌 옆 방에 누군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소리 질러 부를 수 있겠죠. 방마다 인터폰이 있다면 통화하면 되고요. 인터넷 내지 무선 통신망이 설치됐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 용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톡'할 수도 있고요.

당신은 옆방 사람과 연결이 돼 한참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옆방에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였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기계와 소통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럼 당신은 지능을 지닌 인조물과 대화한 겁니다. 해당 지능체는 튜링 시험을 통과한 거고요.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3년 위 사례로 인공지능을 정의했습니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지능을 가진 존재로 인정 받는거죠. 훗날 이 시험은 이 천재 수학자 이름을 따 '튜링 시험(Turing Test)'라고 불리게 됩니다. 튜링 박사는 60년 전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을 창안한 셈이죠.
 

튜링 박사는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영화 속에선 영국 영화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분했고요. 튜링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애니그마'를 해독하는 기계를 만들어내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이 암호해독 장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격이라고 할 수 있죠. 애니그마는 24시간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체계이자 프로그램이었죠. 튜링이 개발한 기계 장치는 애니그마의 변화 패턴를 읽고 해독하는 일종의 해독 소프트웨어였죠.
 

천재 삶이 대개 순탄하지 않죠. 튜링 박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동성애자였어요. 영국은 1952년 동성애를 금지했습니다. 결국 튜링 박사는 외설 혐의로 고발되어 법원에서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았습니다. 결국 1954년 6월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습니다. 비극적인 삶이죠.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공지능 판별 '튜링 시험' 제안
 

튜링 박사는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컴퓨터 공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운 마련한 선구자로서 칭송받고 있죠. 미국 컴퓨터과학 학회는1966년 튜링상을 제정해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둔 연구자를 시상합니다. 영국 정부는 2009년에야 그에게 저지른 만행을 정식 사과했습니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은 2013년 특별 사면령을 내려 외설죄를 무죄 처리하면서 튜링 박사를 복권했습니다.
 

튜링 시험을 통과해야 지능체로 인정받는다면 지금 개발된 인공지능 대다수가 엄밀히 말해 지능체가 아닌거죠. 초지능(Superintelligence) 저자이자 영국 옥스포드 철학과 교수 닉 보스트롬은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소통해야 인공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거죠.
 

보스트롬 교수가 보기에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은 별거 아닌거죠. 단지 패턴 분석한 뒤 분류하는 능력에 불과하다고 단정합니다. 대신 업무 처리 용량과 속도는 엄청나죠. 딥러닝은 인간 지능으론 처리할 수 없는 규모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류하고 처리합니다.
 

10년전만 해도 인간 두뇌의 기억용량보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 내지 처리하는 컴퓨터는 없었어요. 요즘은 다릅니다. 인간 기억저장 용량은 두뇌의 시냅스(신경세포간 연접) 수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인간 두뇌는 신경세포 1천만개를 갖고 있죠. 시냅스는 이보다 1천배 많은 100조개라고 합니다. 이는 테라비트급 하드디스크 몇개 주문하면 됩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5만~6만원 내면 테라비트 하드디스크 하나 삽니다.
 

컴퓨터는 연산능력 면에서 인간 두뇌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 두뇌에 맞먹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없는 걸까요? 토마스 포지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교수는 "우리에게 없는 것은 컴퓨터 연산능력을 우리가 지능이라고 일컫는 것으로 전환하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했어요. 인공지능의 역사는 이 알고리즘을 찾는 노력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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