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선택, 저마다의 성공

 

맛있지는 않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과 특별히 몸에 좋지는 않지만 맛있는 음식 중 어떤 식사를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이성적으로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대답이 다수일 것 같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식품회사 CEO라면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까. 많은 경우 대답이 또 달라진다.

 

120년 전, 형제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다 결국 각자의 생각에 따라 제 갈 길을 걸었다. 아침 식사 대용식인 시리얼을 만든 존과 윌 켈로그 형제 이야기다.

 

시리얼은 1894,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요양원 의사 존 켈로그 박사와 같은 요양원에서 일했던 윌 켈로그가 만들었다.

 

어느 날 통밀로 음식을 만들다 급한 일이 생겨 조리하던 곡식을 내버려 둔 채 다른 일을 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보니 통밀이 숙성돼 신선도가 크게 떨어졌다. 살림이 빠듯한 요양원이었기에 신선도 떨어진 통밀을 버릴 수 없어 롤러에 넣어 가공했는데 국수처럼 긴 반죽이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조각조각의 콘플레이크가 만들어졌다.

 

할 수 없이 조각 반죽 그대로 구워 환자에게 식사로 제공했는데 숙성된 통밀 반죽이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아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요양원 밖에까지 소문이 나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자 존과 윌 켈로그 형제는 아예 회사를 차려 콘플레이크를 널리 보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 설립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사업화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의사였던 형 존은 맛을 떠나 먹는 사람의 건강을 우선하자고 했다. 첨가물을 최소화해서 순수 곡식으로 건강식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 마인드가 강했던 동생 윌은 그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먹지 않아 보급이 안 되니 달콤하게 만들어 사람들 입맛에 맞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형제는 끝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 결국 따로따로 회사를 차렸다. 달콤한 첨가물을 넣어 맛있게 만들자고 주장한 동생 윌이 만든 회사는 예상대로 발전을 거듭해 지금 우리가 아는 이름의 글로벌 식품회사로 성장했다.

 

형 존 역시 별도의 식품회사를 차렸지만 동생만큼 사업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경영상의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또 다른 면에서 세상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동양의 선식에 가까울 정도의 건강식콘플레이크를 보급한 공로는 물론이고 미국에 식물성 우유인 두유를 보급했고 가난한 사람은 버터조차 사먹지 못했던 20세기 초반, 대용품으로 땅콩버터를 만들어 보급했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사람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만약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느 선택이 더 바람직할까.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이럴 때는 모처럼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둘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오랫동안 한쪽 길을 볼 수 있는 곳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중략)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 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아쉬움이 아닌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희망과 긍정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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