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인수한 ‘심엔터’ 거점…완다 등과 경쟁 심화 대비 목적인 듯

중국 최대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가 국내사업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극장에서 관객들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가 국내 사업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다. 올해 인수한 심엔터테인먼트(현 화이브라더스)가 거점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미묘하게 바뀐 중국 시장 분위기가 이 같은 움직임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 따르면 화이브라더스가 이번 주 안에 벤처캐피탈 자회사 화이인베스트먼트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화이브라더스는 올해 3월 자회사를 통해 국내 연예기획사 심엔터테인먼트(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후 사명을 모기업과 같은 화이브라더스로 바꿨다. 국내 중견 업체를 인수해 아예 사명을 현지업체와 일치시킨 경우는 화이가 처음이다.

화이브라더스는 중국 최대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다. 중국영화 제작배급 점유율은 25%에 이른다. ​이 덕에 인수가 알려진 시기를 기점으로 (당시) 심엔터테인먼트 주가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3월 2일 274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16일 7130원으로 오르더니 24일엔 1만4450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그만큼 화이의 직접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얘기다.


인수 6개월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화이가 꺼낸 카드는 VFX(디지털시각효과)와 콘텐츠 펀드다. 화이는 이달 6일 VFX업체 매드맨포스트를 인수했다. 투자금은 20억원 수준이다. 또 9월이 가기 전 자회사 화이인베스트먼트 설립을 완료한다. 화이인베스트먼트는 500억원 규모의 한·중 콘텐츠펀드를 조성해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콘텐츠와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VFX의 경우 모기업의 후광을 노릴 공산이 크다. 서형석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전체 중국 VFX 시장은 5054 억원 규모”라며 “(이중) 중국 화이브라더스는 25%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VFX 제작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풀이했다.

콘텐츠 펀드 역시 기존 심엔터테인먼트의 소속배우 라인업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화이 측은 내년에 드라마 ‘조선 엽기 연애사-엽기적 그녀’를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동시 방영할 계획이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화이브라더스 소속의 주원이다.

그렇다면 화이가 국내사업을 늘리는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시장 구도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는 게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터제국을 향해 달려가는 완다의 움직임이 위협적이다.

박영규 CGV중국전략팀장은 6월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화이는 예전부터 제작에서 넘버원이었다가 극장에 진출했다. 그러다 완다에 뒤지니 다시 제작 쪽으로 이동했다”며 “그런데 이 역시 완다에게 밀렸다.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장악 전략에 밀린 것으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활황세다. 완다 뿐 아니라 중국 신경제를 이끄는 약칭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모두 이 시장에 진출했다. 이중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화이브라더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는 티켓예매 서비스를 통해서도 측면에서 영화시장 플랫폼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완다와 BAT가 이끄는 플랫폼 확장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시 콘텐츠 부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매력적인 카드다. 중국 엔터업계 자본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아직 콘텐츠 제작 경쟁력은 한국에 크게 뒤진다. 국내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앞으로 3년 간 6편 이상의 합작영화도 제작하기로 한 까닭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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