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차급 기준이 소형 세단에서 준준형 세단으로 이동”

소형차 입지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됐음에도 지속해 좁아지고 있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아베오는 8월 지난해보다 각각 25%, 10%, 75% 판매량이 감소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아베오로 대표되는 국산 소형 세단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한국GM 아베오는 지난 8월 지난해보다 75% 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국내 소형 세단 시장을 이끈 현대차 엑센트 판매량도 지난해의 66% 수준에 그쳤다.

올해 6월까지 소형 세단은 개별소비세 인하폭이 작아 구매 이탈 현상이 발생했지만, 7월부턴 평년 수준으로 판매량이 회복할 것이란 추측도 빗나갔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국산 소형 세단의 지난해 대비 판매량 감소폭은 올해 8월까지 이어진 판매량 감소폭보다 4%포인트 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소형 세단은 1만344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산 소형 세단 판매량 1만7714대와 비교해 34.1% 감소했다.

개소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 7월 이후 판매량 감소폭은 더 크다. 올해 7, 8월 두 달간 국산 소형 세단 판매량은 258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197대)보다 38.6% 줄었다. 개소세 인하 정책 종료도 감소세를 막지 못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소형 세단의 가격이 준중형만큼 비싸졌다고는 해도 개소세로 인하로 대단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었다”면서 “경차와 중형차 사이의 애매한 차급으로 판매량 하락세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엑센트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9704대 팔려 월평균 1213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인 1400대의 86% 수준이다. 특히 기아차 프라이드와 한국GM 아베오는 올해 들어 각각 월평균 368대, 99대가 팔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과 비교해 62.2%, 44.6% 수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6일 사전계약에 들어간 한국GM 더 뉴 아베오를 제외하고 하반기 국산 소형 세단 시장엔 신차 출시가 없다는 것도 판매량 감소세를 키울 전망이다. 신차 효과는 침체된 자동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소형 세단 시장은 판매량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아차도 프라이드 후속(프로젝트명 YB) 모델을 다음달 29일 열리는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뒤 국내 출시는 내년 초 미루고 나서 올해 하반기 소형차 판매량 감소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소형 세단 엑센트 후속모델을 출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장기화로 자동차 시장이 양극화 된 상황에서 소형차 시장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소형차 시장에서 유독 후속모델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 세단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내달 본격 판매에 나서는 한국GM 소형 세단 아베오도 5년만의 부분변경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프라이드는 2014년 12월 출시된 더 뉴 프라이드로, 2011년 3세대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 세단은 다방면에서 판매 신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급”이라며 “무엇보다 하위 차급의 시작점이 소형차에서 준중형급으로 이동한 소비 형태가 나타난 상황이라 소형차가 설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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