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하겠다”

2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황의범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탄소 없는 섬 제주 2030 프로젝트’와 관련한 인터뷰 내내 열의를 보였다. 주저 없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착착 내놨다. 할 말도 많아 보였다. 사람들이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수치로만 평가한다며, 자신은 제주도에 신재생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내연기관 차량을 전부 전기자동차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으로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22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2014년 취임 이후 선봉에서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그에게 탄소 없는 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 많았나

2008년 녹색성장국민포럼 대표를 지냈다. 연구기관, 정부, 관련 업계와 끊임없이 교류했다. 중앙 정부에 있을 땐 신재생에너지를 키우기 위한 입법 활동도 많이 했다. 친숙한 영역이다. 서울은 인구가 많아 신재생에너지를 시행하기 어려웠다. 반면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와 궁합이 잘 맞는다. 제주도가 성공적인 테스트베드 되길 바라고 있다.

탄소 없는 섬을 위한 도의 역할은 무엇인가

도는 방향을 제시한다. 2030년까지 4GW가 넘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30년까지 계획이 완성돼 있진 않다. 2020년까지 실제 계획들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비전이다. 도는 신재생에너지 목표치를 크게 잡고 그 시기를 인위적으로 당길 필요가 있다. 내버려두면 민간이 뛰어들지 않는다. 우리가 생태계를 조성하면 산업이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오늘 발표한 ‘감귤폐원지 태양광 전기농사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주민들이 태양광설비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돕는 프로젝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도민 스스로가 이를 경험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탄소 없는 섬은 도가 아니라 도민이 만든다. 

일각에서는 탄소 없는 섬 2030 프로젝트가 현재 기술력으로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리가 세운 2020년 이후 목표는 비전에 가깝다. 수치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례로 태양광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가격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에 대한 비관론도 있고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이 혼재한다. 다만 15년 뒤 기술을 지금 예측한다는 건 무의미하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목표를 향해 달리겠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와 관련해 계속 교류하고 있다. 주무 부서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조금씩 바뀐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개선되고 있는 걸 느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사장 임기 종료와 맞물려 프로젝트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올해 들어 한전이 전력계통 관련해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력판매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체계 개선 방안과 투자 유치에도 관심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제주도에 힘을 실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다음 해 전기자동차 보급량을 3만대에서 1만5000대로 줄였다. 총 전기차 중 절반을 들여오려던 제주도 목표가 틀어졌다

지금 많이 보급하냐 나중에 많이 보급하냐  차이로 보면 된다. 기재부는 예산 절약을 이유로 들었지만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 자동차 생산능력 부족도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주도는 열심히 하는데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전기차 수를 반으로 똑 잘랐다. 이렇게 보면 안 된다. 시행착오가 있지만 방향을 옳게 가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체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제주도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관광객을 태워야하는데 트렁크가 좁은 SM3가 전기차 중 유일한 선택지라고 말한다

일단 완성차업체가 좋은 전기차를 빨리 공급해야 한다. 지금 전기차 이용자들이 불편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1~2년 뒤에는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 안 나올 것으로 본다. 기술력이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고 가격도 저렴해지고 있다. 이게 시장의 힘이다. 국내에는 LG화학, 삼성SDI 등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국내에 있으니 기술적 불편함에 대한 문제 해결은 시간문제다.

 

원 지사는 제주도에 신재생에너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 사진=황의범 기자
가파도를 방문했다. 누진요금제 이슈에서 벗어난 지역으로 보였다. 폭염에도 전기요금이 저렴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누진요금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 가파도처럼 주택에 태양광설비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대폭 저렴해진다. 서민들이 전기요금 부담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는 누진요금제 경감 측면에서도 적극 권장할 사항이다. 누진요금제에 대해 말하자면, 산업용 요금에 대한 혜택은 지나치다. 에너지소비를 줄여야한다는 정부 정책에는 동의한다. 다만 서민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은 정부나 한전의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도지사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도지사가 바뀌면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가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혁명적인 에너지 변환기가 도래했다. 화석에너지에서 청정에너지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다. 원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은 특히 에너지 수급 구조가 불안해 청정에너지가 간절한 나라다. 그 중 제주도는 에너지수급 구조가 특히 불안하다. 관심도에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도지사가 바뀐다고 큰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발전은 결국 모두가 가야할 방향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 떨어져있다. 대중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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