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명분으로 대기업 돈 끌어 모아…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주목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설립 인허가를 둘러싼 의혹이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재단법인 미르 사무실로 꽃화환이 들어가고 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명목으로 국내 주요 그룹의 출연을 받아 정식 출범했다. 당시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그룹에서 486억원의 출연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 사진=뉴스1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중 미르의 경우 한류를 내세워 재단을 설립하고 대기업 출연금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현장 일각에서는 한류 관련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관합동창조경제 추진단 의혹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22일 정치권과 문화산업계에 따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5공화국 시절의 ‘일해재단’ 판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의 단초는 모금과 허가과정이다. 정치권에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부대표)은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에서 평균 법인설립 허가 절차가 20일 정도 걸린다. 그런데 같은 날이나 다음 날 됐다. 대기업 사람들 이름 가져다 쓰다가 다시 바꾸는 등 임의대로 설립자나 임원도 바꿨다”고 날을 세웠다. 

 

또 오 의원은 권력자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대기업으로부터 900억원을 모금할 수 있나.(22일 현재 알려진 금액은 744억원) 전두환 정권 당시 일해재단은 대기업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해 청문회까지 열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문화산업 직격인터뷰] 오영훈 의원) 오 의원은 21CBS 라디오에 나와 두 재단에 출연된 재산 가운데 620억원이 일종의 비자금 같은 돈이 돼 버렸다고도 주장했다.

 

미르가 모은 금액은 486억원이다. K스포츠도 3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모았다. 양 재단에 돈을 댄 기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삼성은 미르에 125억원, K스포츠에 79억원을 냈다. SK,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 GS, 한화 등도 양 재단에 수십억 원씩 출연했다.

미르가 내세운 재단 설립 명분은 ‘한류’다. 지난해 10월 27일 미르는 “한류는 한국 기업과 제품의 해외진출이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고,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참여로 문화와 산업의 동반 해외진출이 활성화되고,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한류사업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처음 생길 때부터 어떻게 돈을 저렇게 끌어오는지 현장에서 말이 많았다. 돈이 너무 많아서 현장에서는 저기로 옮겨가자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 한류 관련 재단에서 일한 사람들이 자문도 해준 것으로 안다. 결국 설립 당시에는 현안과 관련된 전문가가 끼지 않았다. 문화산업과 콘텐츠 쪽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없어서 운영이 잘 안될 것 같았다”라고 꼬집었다.

한류와 문화산업은 이 정부가 국정기조로 동시에 내세운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내세우는 데 잘 들어맞는 ‘도구’다. 그 핵심에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이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를 총괄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 추진단의 공동단장”이고 “미르재단에 깊이 개입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은 현 정부서 1급 고위직 공무원인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미르재단 신임 이사 강명신은 CJ가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문화창조융합센터장”이라고 성토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홈페이지에는 유관기관 중 하나로 민관합동창조경제 추진단이 나와 있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에는 정부 인사 1명과 민간 인사 2명의 공동단장이 있다. 이승철 상근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한명은 차은택 씨가 본부장을 역임한 문화창조융합본부의 단장이다. 차 전 본부장은 유명 CF감독 출신이다.

TV조선은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장을 미르재단 이사장에 추천한 인사도 차은택 전 본부장이라고 보도했다. 차 전 본부장은 현재 이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김형수 원장의 제자인 셈이다. 김 원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돌연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야권은 차 전 본부장과 김 원장 모두 증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오영훈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미르‧K스포츠 관련 증인은 17명이 제안된 상태”라며 “새누리당은 한 명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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