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비정규직 처우개선 필요…중기 근로자에 공공임대주택 분양 우선권을"

소비·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소득 증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제시했다. / 사진=뉴스1

 

소비·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소득 증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제시했다.

돈은 은행에 쌓여만 있다. 한국은행은 1.25% 초저금리를 통해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3회로 나타났다.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을 꺼내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6월 말 기준 550조원이다. 역대 최대다.

가계는 소비에 쓸 돈이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20년째 줄었다. 반면 주거비와 주택담보대출 부담은 커졌다. 기업도 내수가 어렵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도 막혔다. 고용과 시설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소비가 더 악화돼 악순환에 빠졌다.

◇ 전문가 "재정지출 확대해 가계소득 늘리고 중소기업 육성해야"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돈을 써 가계소득을 높이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소비가 살아난다고 했다. 통화정책과 대기업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천 경제칼럼니스트는 "통화정책은 한계에 달했다. 민간부채가 너무 많아 위험한 수준이다. 정부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서민과 중산층이 살아야 소비가 는다.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도 소비는 제한돼 있다. 서민과 중산층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돈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 등이 그 예다. 공공근로자 임금도 올려야 한다"며 "4대강 사업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4대강 사업으로 토건족과 은행에 돈이 들어갔다. 돈이 서민과 중산층에 직접 가도록 해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법으로 기본소득도 제시했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재산 정도와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매달 일정 수입을 주는 제도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은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침체는 근본적으로 국민들 소득 수준을 올려야 해결할 수 있다"며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 도입으로 소비가 늘면 수출이 어려워도 내수중심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민 소장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한다. 추가 고용을 위해 노동 시간을 단축하면 월급이 줄어든다. 이를 기본소득이 지탱해준다"며 "기본소득 30만원까진 총조세부담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으로 올리면 가능하다. 재원 확보를 위해 한국은행이 신규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 한국은 재정이 건전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재정정책으로 중소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한다. 중소기업과 근로자 이익을 높이는 것이 소비 진작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곽동진 정치학 박사(전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직원들의 임금과 소비도 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가 인력 부족이다. 정부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 조건으로 장학금을 제공하면 된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공공임대주택 분양 우선권도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기업에 이러한 혜택을 줘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은 열악하다. 이들의 임금과 직업 안정성을 정규직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내수가 사는 길이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5%(627만명·2015년 8월)에 달한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4.4%(2015년) 수준이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위원장은 가계소득을 높이기 위한 대기업의 역할도 밝혔다. "대기업은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실시해 중소기업의 기여분을 제대로 줘야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단가 인하 압력도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살고 소비도 늘어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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