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구조 취약한데 저비용 장점마저 못 살려…탄탄하게 생태계 구축한 중국과 대조

미디어‧콘텐츠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작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웹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라인과 네이버TV를 활용한 네이버의 공세도 뜨겁다. 사진은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라이브 서치 2016' 콜로키움에서 네이버 개발자들이 데모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최근 부쩍 웹드라마에 대한 소식이 늘었다. 유명 아이돌의 출연 소식이 사람들 관심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유력포털업체도 투자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 웹드라마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미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과 비교하면 부진세가 더 도드라진다.

21일 미디어‧콘텐츠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작자와 투자자 사이에서 웹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웹 드라마는 모바일 환경을 통해 볼 수 있는 회당 10~15분 정도의 짧은 드라마다. 72초짜리도 있다. 이 시장에 본격 나선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9일 엑소의 멤버 디오(본명 도경수)가 한 웹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디오는 마트 비정규직의 삶을 다룬 영화 카트에도 나왔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메신저회사 LINE과 공동기획한 웹 미니시리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EXO NEXT DOOR)도 내놨다. 16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방영됐다. 또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는 LINE의 VOD플랫폼을 활용했다. 조회수는 5000만뷰에 이른다. 국내 웹드라마 사상 최대 조회수다.

이러다보니 지상파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KBS가 매주 금요일 밤마다 웹드라마 스페셜을 방영했다. MBC가 내놓은 웹드라마 ‘퐁당퐁당러브’는 누적 조회수가 1000만뷰를 돌파했다.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웹페스트’에서는 가상현실(VR)로 제작한 웹드라마가 방영됐다.

웹드라마의 해외 시장 공략 가능성을 살핀 네이버는 이달 들어 새 투자지원책도 내놨다. 이달 8일 네이버는 앞으로 3년간 총 150억원, 연간 50억원 규모의 동영상 제작 지원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중 웹드라마와 웹예능 분야에 매년 11억원씩 3년간 총 33억원을 지원한다. 재생수와 좋아요 수, 구독자 수를 다양하게 고려해 웹드라마 10편, 웹예능 36편 등 연간 총 46편의 작품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이사는 “창작자, 이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웹드라마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웹드라마의 강점은 저비용이다. 그런데 국내 웹드라마는 유명 아이돌이나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를 많이 쓰다 보니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트렌드 탓에 웹 드라마가 실험적인 주제의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 고비용 탓에 광고나 포털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성공작들이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웹드라마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보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조회를 통한 수익구조는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72초TV’는 회당 제작비가 1000만원 안팎이다. 이를 조회수 수익으로 다 채우기는 쉽지 않다. 절반 가까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사업자는 광고 등에 더 쉽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독자적인 웹드라마 생태계를 마련한 모양새다. 중국에서는 인기 웹드라마의 조회수가 10억뷰를 넘어선다. 중국의 대표적인 OTT업체 Letv가 내놓은 ‘태자비승직기’의 경우 3개월 만에 누적조회수 32억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가 내놓은 ‘도묘필기’도 조회수 27억 4900만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웹드라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충성 독자층이 시청자로 옮겨오는 효과가 있다. 또 아직 방송에 대한 규제가 강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웹 시장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중국에서는 아이치이를 통해 방영됐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치이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유료회원이 50%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의해 웹드라마 시장이 확연히 커지면서 전통매체에 기대지 않고도 제작비를 다 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아이치이, 텐센트, Letv 등이 주축이 돼 IP(지적재산권)확보해서 웹드라마를 제작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규모 말고도 소비문화의 차이가 한국과 중국 간 격차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장민지 박사는 “텐센트의 경우 모바일과 앱, 페이시스템 등 웹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최근 텐센트가 가상현실(VR)에 투자하는 배경도 여기 있다”며 “자연스레 웹을 사용하는 시청자들이 시간구속 없는 웹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통합형 플랫폼이 자리 잡지 않은 형편이다. 국내 포털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기능보다 뉴스 기능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는 모양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지상파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정규편성에 보다 신경 쓰는 경향도 강하다. 국내 콘텐츠생태계가 아직 방송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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