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에서 검찰발 쓰나미까지…실적 부진도 돌파구 안 보여

유통왕국 롯데의 기둥인 롯데쇼핑이 연이은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 / 사진=뉴스1

 

유통왕국 롯데의 기둥인 롯데쇼핑이 연이은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검찰의 그룹수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미래부의 홈쇼핑 방송영업정지까지 온갖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이 동시다발적으로 악재에 노출된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유통왕국 롯데를 상징하는 회사다. 롯데그룹의 모태는 롯데제과지만 사실상 롯데의 성장과정이 유통채널 사업에 담겼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지분도 13.46%로 높은 편이다. 숨진 이인원 부회장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지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금융, 전자제품, 편의점, 기타로 사업부문이 세분화돼 있다. 특히 주요 핵심 사업 부문이 검찰과 당국발 위기에 부닥친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쇼핑은 6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한복판에 놓여있다.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은 지난달 25일에 이어 이달 6일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20일 소환 예정인 신동빈 회장 수사결과에 따라 황 사장의 사법처리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할인점 사업부문의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여파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외주생산 방식으로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했다. 이 제품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사용했다. PHMG는 폐손상 원인물질이다. 옥시싹싹도 같은 성분을 사용했다.

이 사건으로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가 6월 11일 구속됐다. 노 전 대표는 2004년부터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맡았고 2007년부터 대표로 재직했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실적을 내고 있는 백화점과 편의점 역시 속이 편치는 않다. 시장점유율 50%로 업계 압도적 1위인 백화점은 2위 그룹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동시 정면공세에 노출됐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장 이후 업계 내 이슈주도력도 2위 그룹이 손에 쥔 모양새다. 편의점 역시 차례로 1만개 점포를 넘어선 CU와 GS리테일이 1위 다툼을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홈쇼핑은 5월 27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간 황금시간대(오전‧오후 각 8시~11시) 방송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징계 사유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주요 평가항목을 고의로 누락했다는 점이었다. 징계 시점은 이달 28일부터였다.

다만 법원이 롯데홈쇼핑이 미래부를 상대로 낸 방송정지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7일 받아들이면서 영업은 계속하게 됐다. 당장 실적개선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으로 2016년 4분기~2017년 1분기 롯데쇼핑의 연결 영업이익은 약 500억원 보전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판결 선고 전까지만 효력 정지가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남아있는 상태다.


홈쇼핑 리스크와 별개로 지난해부터 실적부진이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17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14%나 내려 앉았다. 특히 마트와 슈퍼의 매출 역성장세가 뼈아프다. 이들 부문의 경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이슈에도 얽매여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3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3분기 영업이익이 11.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부진 사업부문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M&A 공세가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는 시기에 관련 사업에 대한 부정적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손윤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너지를 기대해 단행한 M&A가 소비부진과 유통업 규제로 비효율을 낳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매출 성장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매출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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