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안 돼 관객 237만…시대와 인물 아우른 역작

‘밀정’은 김지운 감독이 종횡무진 장르를 오가며 칼을 갈 듯 벼려온 연출역량이 눈부시게 빛을 발한 역작이다. / 사진=뉴스1

 

워너브라더스의 첫 국내제작 영화인 ‘밀정’의 흥행세가 무섭다. 평단과 관객 반응이 공히 좋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지운 감독의 연출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밀정’은 누적관객 237만명을 넘어섰다. 7일 개봉했으니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개봉 후 하루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같은 날 개봉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누적관객 33만명에 그쳤다. 밀정의 독주다.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갈피를 잡기 힘들다. 경력 초기에 연출한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도 각기 전혀 다른 색깔을 내뿜었다. 이후 ‘달콤한 인생’으로 누아르 장르에 발을 담근 김 감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한국판 웨스턴 무비’를 만들어내더니 결국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까지 진출했다.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가 일찍부터 주목했던 연출자다. 김지운 감독의 작품 ‘장화홍련’은 2009년 미국에서 '언인바이티드(The Uninvited)'로 리메이크됐다. 이에 대해 한 평론가는 “김지운 감독의 콘텐츠는 할리우드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루 담았다. 장르와 대중성이 잘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정은 그가 종횡무진 장르를 오가며 칼을 갈 듯 벼려온 연출역량이 눈부시게 빛을 발한 역작이다. 밀정의 배경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상사의 특명을 받는다. 그가 택한 방법은 의열단 경성조직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는 거다. 둘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고 있다.

시놉시스 덕에 이 작품은 일종의 스파이 장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장르영화는 아니다. 감독이 기대는 언덕은 흔한 스릴러 팬들이 기대하듯 ‘반전’이나 ‘충격’이 아니다. 그럴 거라면 굳이 이 영화에 송강호라는 국민배우가 필요하지 않았을 터다. 또 특별출연 역할에 그토록 이름값이 큰 배우를 섭외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도리어 관객이 눈여겨봐야할 건 그 과정과 심리다. 이 연출방식은 배경이 일제강점기라는 사실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일제강점기는 선과 악이 단면처럼 나뉜 시대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 역시 매일 자기혼돈 속에 살았다. 영화는 바로 그 문제를 건드린다. 말하자면 밀정은 시대와 인물의 교차점을 어느 영화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같은 의열단을 소재로 다루지만 ‘암살’과 ‘밀정’의 간극이 커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밀정’은 도리어 시대와 배경이 모두 다른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닮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다음 어바웃 시네마’에서 밀정을 두고 “매끄러우면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역작”이라며 “송강호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탁한 시대의 맥 자체를 연기한다”고 극찬했다.

추석연휴 덕에 흥행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밀정을 예매한 관객은 22만 3000명에 이른다. 예매관객 2위는 벤허(4만명)다. 격차가 크다. 14일 개봉하는 ‘매그니피센트7’이 변수지만 밀정의 흥행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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