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가문처럼 신구 조화 통해 새 경영 환경 열 것”

이계옥 한양대 겸임교수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신사동 한 식당에서 하버드·메디치 포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재계 원로들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한다. 반대로 중소기업 경영자는 디지털 시대 일선의 상황을 빠른 변화가 어색한 원로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신구의 융합은 글로벌 시대 새로운 경영 기법이 된다. 하버드·메디치 포럼(이하 하·메 포럼)의 목표다.

재계 원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경영 이론을 토론했던 하버드 포럼이 메디치라는 이름을 더하고 변화에 나섰다. 지난 8월 24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그 변화의 중심에서 포럼을 이끌어가는 실질적 좌장, 이계옥 한양대 겸임교수를 만났다.

갈등 관리 전문가인 이 교수의 말에는 전달에 대한 의지가 넘쳤다. 그는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다르게 들을 줄 아는 청력을 지니고 있었다. 포럼에 메디치 효과를 얹어 재계 원로들을 경영 구루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경영학에도 일정 부분 젖줄을 대고 있는 이 교수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경영이론을 전달하는 포럼이 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질문에 대한 답만큼은 망설임이 없었다.

하·메 포럼은 무슨 뜻인가.

하버드 프로그램으로 모인 재계 원로들이 15~16세기 메디치 가문과 같이 젊은 경영자들을 후원하고 이끌어 국가 경제에 부흥을 이끈다는 의미에 더해 메디치 효과와 같은 창조적 경영을 목표로 한다는 뜻을 담았다. 거창하지만, 동질적인 것보다 이질적인 것에 희망을 두고 기존의 생각에 다른 생각을 융합시키고자 노력했던 메디치 가문의 노력처럼 신구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시작은 작은 공부 모임이었다. 바이탈경영교육원이 제공하는 하버드 경영 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기업 원로들이 한 자리 모여 관련 강의에 대한 사전 학습과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다. 처음엔 재계 원로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경영 이론과 실제를 토론해 보는 데 그쳤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대로 이들을 그대로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 경영에선 구루이지 않나.

스승이나 지도자를 의미하는 구루 말인가.

종교가 아니라 경영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프로그램을 함께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최한영 현대차 고문, 김종은 LG전자 상임고문, 최종태 포스코경영연구원 고문,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 지성하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는 구루라 부르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오너 일가가 아닌 다음에야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으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군 장본인들이다.

구루를 따르는 사람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노하우 전달의 대상을 중소기업 경영자들로 한정했다. 대기업 2세들은 경영수업을 철저하게 받는데 비해 중소기업 국가 경제에 중요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 정보를 주워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 구루들의 노하우를 젊은 경영자들에게 전하고 동시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장 감각을 재계 원로들과 공유하다보면 서로 성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포럼 진행은 어떻게 이뤄지나.

매달 네 번째 화요일에 포럼을 진행한다. 구루들이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하고 해당 발제자가 그때그때 포럼 진행을 맡는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4번의 포럼을 진행했다. 다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구루의 수도, 참여하는 젊은 경영자의 수도 전문가 그룹 구성도 많이 부족하다. 

 

이계옥 한양대 겸임교수가 지난 8월 24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버드·메디치 포럼 진행 형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영입을 염두에 둔 구루가 있나.

우선 최근에 영입한 김윤섭 유한양행 전 사장의 활동 독려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있어 호평을 받았던 중견 그룹 경영자를 영입하고자 마음먹고 김 전 사장을 포럼 구루로 초청했었다. 현재 개인 사정으로 참여를 잘 못하고 있는데 우선 김 전 사장이 7번째 구루로 그 역할이 확고해지면 더 영입할 생각이다.

현재 운영 자금은 어디서 나오나.

참여하는 모두가 연 50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모임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고 서로 성장하는 모임을 만들고자 했던 게 애초 목표다. 그래서 회비는 실비를 내는 수준으로 정했다. 다만 매번 장소를 빌리는 것조차 힘이 든다. 밥을 먹고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지 않나.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대하는 포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우선 구루의 수를 9명으로 늘리고 싶다. 더운 여름 한 달을 빼고 바쁜 연말과 연초를 빼면 연 9회 일정이 나온다. 여기에 참여하는 경영자들을 구루 한 명당 네 명 정도로 정해 조금 더 엄격하게 선발하고 싶다. 그래서 이 안에서 하나의 비즈니스가 창출됐으면 좋겠다. 구루에게서 컨설팅을 받고 성장하고 그에 따른 이익 일부를 포럼에 후원하는 식으로 지속 가능한 형태를 구축하고 싶다.

지난 시간을 평가한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매회 모임을 앞두고 이번에 하는 것은 어떻게 될까,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한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포럼을 여는 일이 즐겁고 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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