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크래프트 흥행, 원작 게임 알리기 '톡톡'

영화 '워크래프트' 속 한 장면. / 사진=네이버 영화

 

게임 원작 영화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영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 얼마전 개봉했다. 또 여러 게임 원작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게임 원작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기반으로 제작한다는 점에서 영화 제작 발표 시점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수많은 게임 원작 영화 가운데 성공한 작품은 많지 않다. 게임 영화는 곧 실패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사들이 게임 원작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 흥행여부를 떠나 인기 게임을 영화로 만들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지난 6월 개봉된 영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은 당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이 영화는 동명의 PC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 워크래프트는 전 세계에서 흥행 실적 4억7225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 남게 됐다.

영화 워크래프트는 제작비 1억60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이다. 개봉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영화 개봉 후 평단의 평가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미국에선 5000만 달러도 벌어들이지 못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다행히 중국에서만 2억달러 이상을 벌어 들이며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게임 전문 웹진 아이지엔(IGN)은 마케팅 비용 탓에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3000만∼4000만 달러 손해볼 것으로 추산했다.

흥행 여부를 떠나 워크래프트가 게임 원작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는 원작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영화 개봉 이후 접속자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1일 출시된 확장팩 ‘군단’은 출시 첫날 전 세계에서 330만장이 팔렸다. 게임 동시접속자 수 역시 2010년 이후 최다였다고 집계됐다. 게임업계 전문가 상당수는 확장팩 출시전 개봉한 영화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본다. 

영화 워크래프트 이전에도 수많은 게임 원작 영화들이 제작돼 왔다.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성공한 시리즈로 평가 받는 작품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 ‘툼 레이더’ 시리즈 등이 있다.

게임 원작 영화의 대표 실패 사례로는 1993년 제작된 슈퍼마리오(Super Mario)가 있다. 당시 슈퍼마리오는 밝은 분위기 원작과 달리 전혀 동떨어진 배경 설정과 캐릭터, 조잡한 스토리라인으로 혹평에 시달렸으며 지금도 ‘게임 원작 영화를 만들면 안 되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격투 게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스트리트파이터’, ‘모탈컴뱃’, ‘데드오어얼라이브’ 등도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등은 원작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게임과 영화의 서사적 장치가 판이하게 달라, 스토리텔링 방식에서부터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 게임 원작 영화가 실패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게임은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하며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플레이시간도 수십시간 이상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반면 영화는 불과 2시간 남짓은 짧은 상영 시간 동안 모든 스토리가 진행돼야 하며, 관객이 게임 속 요소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공감을 얻을 여지도 적은 편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게임과 영화는 스토리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 간극을 메울 방법을 찾지 못하는 한 ‘게임 원작 영화는 항상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깨지 못할 거”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게임 원작 영화가 기존 게임 브랜드를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워크래프트다.

영화 워크래프트의 경우, 평론가들에게는 처참한 평점을 받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는 10점 만점에 7~8점대 평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평범한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 매채 포브스(Forbes)도 판타지 영화로서 훌륭한 비주얼과 뛰어난 액션, 게임 원작 영화로서 적합한 구성 등을 담았다며, 평단의 혹평보다 볼만하다고 주장했다.

PC게임 외에도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이번 영화는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로서는 영상 콘텐츠시장에 대한 첫 도전이었다. 영화 워크래프트는 적어도 후속작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흥행을 거뒀다. 블리자드로서는 자사의 대표 브랜드를 게임 유저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데 크게 성공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선보인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 오버워치 역시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캐릭터 배경 설정이 돋보이는 점을 들어, 기획 단계부터 영화화 등 미디어믹스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작 게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요소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한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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