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닌텐도 IP전략 드러나…국내에선 포털이 앞서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가 7일(현지시각) 아이폰7 공개 행사에서 슈퍼마리오 런(SuperMario Run)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애플

 

포켓몬 고의 성공으로 IP(지적재산권)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닌텐도와 손잡고 슈퍼마리오 런을 선보인다. 그동안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서 특허 기술을 주로 뜻했던 IP는 게임 콘텐츠의 부가 산업이 뜨면서 캐릭터나 스토리를 뜻하는 용어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도 IP 활용에 완전히 뒤쳐졌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는 메신저 스티커로 활용되던 캐릭터를 각종 상품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나 캐릭터에 대한 하드웨어(HW) 업체들의 관심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닌텐도와 손잡은 애플, 콘텐츠 전략 본격화

 

익숙한 전자음에 청중들이 술렁였다.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자 박수가 나왔다. 7(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7 공개 행사장에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대표가 슈퍼마리오와 함께 나타났다. 이날 청중 반응은 아이폰7 공개 순간보다 슈퍼마리오 소개 때가 더 좋았다.

 

슈퍼마리오를 탄생시킨 미야모토 대표는 모바일 기기용 게임 슈퍼마리오 런(Super Mario Run)’201612iOS 앱스토어(App Store)에서 선보인다고 말했다.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슈퍼마리오는 한손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다. 사용자가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해야 한다는 것은 애플 전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자 철학이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이라는 걸출한 하드웨어를 10억대 이상 전 세계에 판매했다. 하드웨어 시장에서 인기를 바탕으로 애플은 자사 운영체제 생태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일년간 애플TV가 실패하고 구글 자회사였던 나이앤틱(Niantic)이 모바일용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애플은 콘텐츠 보유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TV 실패에 대해 주요 외신은 애플이 거만한 태도로 방송사와의 콘텐츠 협상에 임했던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애플은 이에 닌텐도와 손을 잡고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을 자사 플랫폼에 담았다. 포켓몬 고는 애플워치(Apple Watch) 용 앱으로 나온다. 이처럼 애플은 운영체제(OS)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이용해 하드웨어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고전 게임을 바탕으로 닌텐도 3DS를 성공시켰던 닌텐도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연상시킨다.

 

IP 활용으로 앞서가는 포털, HW 업계는 뒤처져

 

 

7월 문을 연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강남점 방문자가 한달만에 45만명을 넘겼다. / 사진=카카오

 

포켓몬 고가 여론을 휩쓸었던 당시 한국 ICT업계가 IP 활용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업계에 따라 다르다. 포털이나 게임 업체들은 IP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캐릭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털 업계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간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는 2014년 차린 라인프렌즈 법인은 20161분기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이를 일본 등 외국에서 라인 메신저 인기에 힘입은 결과로 보고 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1위 업체 카카오는 메신저 스티커로 인기를 끈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56월 출범한 카카오프렌즈 법인 실적은 라인프렌즈의 절반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5년 하반기 카카오프렌즈 영업이익은 16억원이었다. 하지만 20161분기 영업이익이 11억원이었다. 7월부터 문을 연 카카오 프랜즈샵 강남점 앞은 줄을 선 인파들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더 이상 캐릭터가 게임이나 메신저 분야에 국한된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포켓몬 고는 구글맵을 바탕으로 한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증강현실(AR)이 결합한 종합 ICT 문화 상품이었다.

 

하지만 당장 이동통신이나 IT제조업계는 콘텐츠를 활용해 플랫폼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내놓은 콘텐츠 플랫폼의 존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IP 활용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포켓몬고 이후 한국판 포켓몬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만 나왔지 한국산 캐릭터를 앞으로 어디에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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