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는 반덤핑보다 상계관세 비중 높아 큰 영향 없어

세탁기 반덤핑 소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 싸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승소가 미국이 부과한 막대한 관세에 대해 WTO 제소를 준비 중인 국내 철강업계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승소가 철강 반덤핑 이슈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사진=현대제철

 

세탁기 반덤핑 소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 싸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승소가 미국이 부과한 막대한 관세에 대해 WTO 제소를 준비 중인 국내 철강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승소가 철강 반덤핑 관세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7일(스위스 현지시각) 한·미 세탁기 분쟁 상소심 최종 판정에서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는 WTO 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산업부는 “세탁기에 부과된 관세만 아니라 제도 자체를 문제 삼아 승소했기 때문에 미국이 이번 판정을 이행하려면 반덤핑 조사기법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최근 거세지고 있는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미국 관세 폭탄에 집중 포화를 맞은 국내 철강업계의 WTO 제소 향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두 제소 간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고 분석한다.

국내 세탁기 업체가 부당함을 제기해 승소할 수 있었던 사안은 ‘표적덤핑’과 ‘제로잉’이다. 표적덤핑은 수입된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나 지역에서 판매한 물량에 대해서 덤핑 마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제로잉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덤핑)만 합산하고 반대로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을 때(마이너스 덤핑)는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왜곡하는 계산 방식이다.

문제는 이 두 사안 모두 반덤핑관세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ICT)가 국내 철강업계에 부과한 관세를 살펴보면 반덤핑관세보다 상계관세 비중이 더 크다. 5일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냉연강판에 부과한 관세는 64.68%인데 이 중 반덤핑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32%에 불과하다. 또 지난달 5일 포스코 열연강판에 부과된 관세 60.93% 중 반덤핑관세는 3.89%다. 현대제철의 경우 13.38% 중 9.49%다.

세탁기의 경우 반덤핑 관세 비중이 높다. 반덤핑 관세가 사라지면서 향후 수출이 원활해졌다. 반면 철강업계의 경우 반덤핑 비중이 크지 않다. 승소로 인한 효과가 적은 이유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실장은 “상계관세 비중이 큰 철강업계 관세 이슈는 이번 건으로부터 큰 혜택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제품 특성이 달라 표적덤핑의 경우 철강제품에 전혀 적용할 수 없다. 표적덤핑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세탁기를 할인 판매한 것을 문제 삼아 발생했는데 중간재인 철강제품은 특정 기간이나 장소에 팔리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표적덤핑과 연관이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소비재와 중간재라는 제품 특성 상 둘의 관세 이슈에서 겹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와 국가가 새로운 관점에서 미국이 부과한 관세의 부당한 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제현정 연구위원은 “세탁기 업계가 세탁기 관세에서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찾아내 승소한 것처럼 철강업계도 미국이 부과한 관세 중 부당한 부분을 조사하고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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