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요구에는 “의사 있지만 구체적 계획 없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경태 위원장의 출석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연석청문회에서 "회사 떠난 지 2년9개월이 지났고 법정관리 당시에는 회사를 경영하지 않았다"며 최근 발생한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연석청문회,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 화두는 최 전 회장의 ‘법정관리 책임론’이었다. 최 전 회장은 2008~2014년간 한진해운을 경영했다. 최 전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회사의 부채비율은 405%에서 1450%까지 늘어났다.

이에 최 전 회장은 "가정주부였다가 나오게 돼 전문성이 부족하다 판단해 처음부터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부회장으로 취임했다"며 "2년간 당시 박정원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의 최고 해운업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임기간 자신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책임론을 회피한 것이다. 

 

그는 사재출연 용의를 묻는 질문에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최 전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한진해운으로부터 보수와 주식 배당금 등으로 254억원 상당을 받았다. 현재는 지주회사인 유수홀딩스 회장으로 있으면서 한진해운 본사 건물에서 연간 140억원의 임대 수입을 얻고 있다.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에 한진해운 주식 약 97만 주(지분 0.39%)를 30억원에 모두 팔아 치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도 중요하고, 채권단도 중요하지만, 현재 사주 일가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며 "조양호 회장은 충분치 않지만 사재 일부를 털어 1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다"며 최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을 촉구했다.

이에 최 전 회장은 "이른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실행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시간이 부족해 구체적인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 전 회장은 또 "한진해운이 쌓아 온 영업력이나 직원들의 조직력, 글로벌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아마 앞으로 한 30∼40년 걸려야 이런 회사 하나 나올 거라 생각한다"며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회생에 힘을 실어주길 간접적으로 부탁하기도 했다.

한편 최 전 회장은 2006년 11월 남편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별세하자 이듬해부터 8년간 한진해운을 경영했다. 최 전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넘기고 지주사였던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바꾸고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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