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영향 탓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 경계감…연내 인하 어려울 듯
한국은행이 9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행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되는 결과다.
지난 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들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8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나타났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국내 가계부채 확대 일정 원인을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1~7월중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은행 여신심사 강화에 따른 대출수요 이전 효과로 비은행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6월 이후 은행 일반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확대됐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은이 8일 발표한 '2016년 8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7월보다 8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2조7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6조2000억원이 늘었다. 이사철이 아닌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강남지역 재건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2000가구로 나타났다.
김문일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이 급증한 국내 가계부채와 외환 스왑 포인트 하락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며 "당분간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금리인하는 결국 빚을 많이 지라는 의미인데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미국 FOMC 회의가 오는 21~22일 열린다는 점과 12월 금리 인상설을 고려했을 때도 한은이 선제적 대응을 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때까지 시장이 불안정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형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하로 얻을 실익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조선, 해운업 등 특정 업황이 문제를 겪고 있을 뿐 다른 대기업이나 IT업계는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정 업종 문제가 시장 전반 악화를 불러일으키는 형편은 아니기에 베이비스텝(0.25%)정도 인하로는 얻을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