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핵심 증인 대거 불참…"법적 조치 취해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사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여야가 8일 이른바 '서별관 청문회'​로 불리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핵심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며 '맹탕 청문회'가 됐다. 


국회는 이날 10시 국회본관 3회의실에서 여야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를 열었다. 서별관 청문회로 불리는 이번 청문회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 기업의 부실화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정부, 관계기관 관리감독 책임과 이해관계를 청취하고 심문하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청문회에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과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끝내 나타나지 않아 '맹탕 청문회'가 됐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청문회 초반부터 참석한 의원들은 증인참석 문제, 정부와 기업이 준비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질타를 이어갔다.

이헌재 새누리당 의원은 "홍 전 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안 나온 부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안 나오면 법적 조치를 위원회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다운 청문회가 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청와대 '서별관 회의' 자료, 감사원 감사보고 자료, 대우조선해양 회계 조작 관련 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합당치 않은 이유로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도 "이번 청문회는 4조2000억원짜리 청문회다. 지금까지 국책은행들이 지원한 액수를 보면 14조7000억원짜리 청문회"라며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증인이 빠진 것이 부실청문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질타했다.

조경태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여야 의원들께서 공히 말씀 주시는 자료 제출에 대해 즉각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청문회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알고도 지원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0월 22일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과정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유동성 지원을 결정키로 한 서별관회의 이전인 2014년부터 제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실을 알고도 지원했는지 여부가 초점"이라며 "지난해 서별관회의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알고 있었냐"며 증인에게 추궁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서별관회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서별관회의를 통해 무엇을 고민했고, 결정했느냐가 중요하다"며 "4조2000억 원 지원 결정은 사실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혜운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상반기부터 분식회계 문제가 나왔다"면서 "정황을 포착하고 가능성을 인지해 바로 회계감리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해운사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 뉴스1
특히 김기식 전 국회의원은 "2014년부터 세 차례 정도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에게 분식회계 가능성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9~10월 열린 하반기 국정감사 이후 홍 전 회장을 만났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박희춘 금감원 위원 역시 분식회계가 맞다고 인정했다"며 "서별관회의 직전에 이뤄진 국감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분식회계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분식이 있었는지 여부는 몰랐다"고 답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인지하고 새로 실사를 했다"며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는 회계자료를 토대로 지원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이 과도하게 부실화될 경우 국책은행의 부실로 연결되고, 이렇게 되면 정책금융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경제 충격이 발생한다"며 "대우조선에 14조원 가량의 여신을 보유한 산은과 수은이 충당금을 1조원도 채 쌓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에 충격을 받을 경우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종룡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정보 제공 제대로 안 했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진해운 물류 사태에 대해 한진해운 경영진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세계 6위의 한진해운을 이렇게 대책 없이 법정관리에 보내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질문했다. 송 의원은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그 시장을 해외 해운사에 다 뺏긴다. 해운사와 같은 네트워크는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며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자금을 투입해서 살리고 연착륙을 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물류문제에 대해서는 이런 혼란과 피해가 생긴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해운업 구조조정에 있어 해운물류 영향에 대해 올 6월부터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고 기획재정부 등 관계기관과 고민을 많이 했다. (경영진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채권단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정부가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을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한계 시한에 와서도 제일 필요한 한진해운 화주 정보와 운송 계획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임 위원장은 이어 "여러 차례 한진해운과 채권단과 함께 회의하면서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고, 심지어 현대상선도 데리고 와서 같이 협의해달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이런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서별관 청문회에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청문회 증인 출석 대상이다. 현재까지 행방조차 묘연한 상황이다. 홍 전 회장 외에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재경본부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은 구속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경제멘토로 알려진 강만수 전 경제부총리와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은 내일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창하 전 대우조선해양 관리총괄 전무는 구속 수감 중임에도 9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다.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새누리당의 강력 저지로 이번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일찌감치 증인에서 제외됐다. 이번 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다음 날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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