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도는 관리 차원에 그칠 전망…정부 철강 구조조정 의지 강해 철강 가격 오를 것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 침체로 하반기 중국 철강 가격이 급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과열된 투기를 막기 위한 단기적 방안이고 중국에서 철강업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 철강 가격이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사진=포스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1선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규제를 2선 도시까지 확대하자 일각에서는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하반기 중국 철강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규제는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의 정책으로 하반기 철강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샤먼(夏門)시는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한 주택 구매 제한에 나섰다. 같은 날 중국 우한(武漢)시도 부동산 구매 억제 정책을 발표했다. 우한시는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개인이 신규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을 신청하면서 내야했던 선도금 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높였다. 또 미상환 주택 담보 대출이 있는 두 채 이상 주택 보유 개인의 주택담보 대출을 금지했다.

앞선 지난달 초 올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허페이(合肥)시와 쑤저우(蘇州)시도 투기 제한 규정을 마련했다. 허페이시는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규정을 강화했다. 쑤저우시도 주택 건설 용지 보증금과 토지양도금 선도금 비율 상향 조정, 토지양도금 상환 기한 축소 등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발표했다. 난징(南京)시도 2주택 구매 선도금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1선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억제 정책이 2선 도시로 확산되자 전방산업인 건설업 부진으로 하반기 중국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부터 2선 도시의 부동산 규제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규제가 이어지면 중국 부동산 착공지표 둔화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전방산업 부진은 중국 철강 내수를 악화하고 제품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철강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규제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관리하는 차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과 함께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철강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이번 부동산 규제는 강력한 제재라기 보단 관리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경제성장률 6.5%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엔진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부동산과 건설업에 심한 규제를 들이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중국 철강제품 가격을 받쳐주고 있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로 수요가 줄어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중국업체가 제품가격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 철강업 구조조정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철강사 바오터우강철이 용광로 폐쇄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중국 2위 철강업체 바오산강철도 올해 400만톤 규모의 설비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철강업체들의 개별적인 감축과 별도로 대형 철강사 간 통폐합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연산 1300만톤 규모 철강 생산설비를 감축했다.

이에 올해 초 톤당 40만원으로 국내에 유입되던 중국산 철근 가격은 45만원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국내산도 45만원에서 52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중국산 제품은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철강재 중 약 70%를 차지해 국내 제품 가격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박종욱 연구원은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효과가 부동산 규제 정책보다 더 클 것”이라며 “하반기 중국 및 국내 철강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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