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지향하며 최대 수입국으로서 '입장 미묘'…우선 구매제 도입도 신중해야

국회철강포럼은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철강산업이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로 국회철강포럼 세미나를 개최했다. / 사진=철강협회

 

“한국은 현재 창도 방패도 없는 상황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철강포럼’ 세미나에서, 국내 철강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 철강산업은 과거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침체기에 빠져있는 한국 철강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몸살을 앓고 있다”며 “대내적으로는 저가·저품질 수입철강재가 내수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중국·인도 등 주요 철강교역국들에게 잇따라 ‘관세폭탄’을 맞는 등 통상마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전 세계로 확산중인 보호무역주의 타파와 더불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 철강경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013년 6억톤에 이르던 과잉공급 물량은 올해 8억톤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 주요 18개 철강사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2010년 6.8%에서 지난해 -0.1%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철강재를 중심으로 힘겨루기를 시작하면서 세계 철강시장은 점점 더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보호무역 확산에 집중 공격받는 국내 철강사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처한 조치가 바로 반덤핑·상계 관세 등을 통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다. 특히 미국·일본·중국 등이 설비증설을 문제삼으며, 집중적으로 한국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도금강판에 최대 49%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으며, 7월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 최대 48%의 반덤핑·상계관세를, 8월에는 포스코의 열연강판에 대해 5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아울러 중국 국제상무성도 지난 7월 포스코의 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해 37%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인도 역시 최근 국내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고 최대 55%에 이르는 관세율을 확정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현재 한국산 철강재는 19개국에서 77건이 규제 또는 조사중인 상황”이라며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철강을 비롯한 주력 수풀품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라인을 총동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발 철강공습에 신음하는 국내 철강산업

더 큰 문제는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의 유입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최근 5년간 철강재 수출증가와 함께 수입도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현재 3000만톤을 수출하고 있으며 수입도 2000만톤이나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내수대비 수입 비율이 4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총 수입량도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3위다. 이 가운데 중국산 수입량이 독보적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중국과 달리 수입 강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 1위와 2위 철강 수출국이지만 철강 수입은 10위권 밖에 있다. 반면 한국의 역내 수입의존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중국산과 일본산이 무려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대중 수입비중이 64%로 압도적이다.

올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지난 2008년 기록한 최고치(1430만톤)를 경신할 전망이다. 올해 중국산 수입은 1491만톤으로 예상되며, 한·중간 철강 무역불균형과 무역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윤희 상무는 “한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 수입장벽은 현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각종 제도 구축과 유통 및 상관행 등으로 수입재 방어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특히 유통업체의 수입 경쟁과 시장교란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에는 중국계·한국계 상사, 20여개 중소유통업체, 400여개에 이르는 에이전트 등 다양한 수입경로가 존재하고 있다. 단기 거래 위주의 소형 수입상은 부적합 강재를 유통시키는 등 시장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격 미달의 불량제품 사용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도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발생한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는 불량 수입산 형강 등의 사용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KS 인증이 취소된 중국 기업이 다른 업체를 인수해 KS를 획득하는 편법까지 동원되는 실정이다.

이에 이 상무는 철강재를 국내에 수입할 때 등록을 의무화하는 수입모니터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철강재 수입 관련 데이터와 분석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건설현장 표지판과 완공시설물의 정보 게시 대상에 주요 건설자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원산지 표기제를 도입하고 공공프로젝트에 대해 국산 철강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국산 철강재 우선구매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입재 대응방안, “신중히 접근해야”

일각에서는 수입재 대응방안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에 나선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철강산업의 경우, 수출지향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철강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매우 독특한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는 동시에 내수시장에서의 과잉수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 철강재 우선 구매 제도 같은 경우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고 국제규범에의 저촉 소지도 있기에 도입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손기윤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국산 우선구매제 도입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손 교수는 “WTO 협정 등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상계관세제소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공공부문에 대한 자국제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일명 ‘바이 코리아’ 법안(국가계약법, 지자체계약법)을 ‘국회철강포럼’의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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