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 가치 상승 위해선 모바일 광고, O2O 서비스 실적 개선 필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모르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알기 쉬운 사업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코카콜라에 투자해 10배 이상 수익을 기록한 건 유명한 사례다. 그런 그가 최근 정보기술(IT) 기업인 IBM과 애플 주식을 사들였다. IT 사업은 이해하기 어려워 투자하지 않겠다던 원칙을 깬 것이다. 이는 IT가 코카콜라처럼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만나는 두 IT 회사가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 1위인 네이버와 국민 절반 이상이 사용한다는 카카오톡의 카카오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네이버는 코스피 5위이고 카카오는 코스닥 2위 업체다. 투자자 관심이 그만큼 높은 종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기업 주가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네이버는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고 카카오는 사상 최저가를 향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의 미국과 일본 상장을 통해 축포를 올리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로엔 인수 후 주가가 내리막길로 걷고 있다.
 

그래프=시사저널e
안타깝게도 개인 투자자는 올해 연초 이후 네이버보다 카카오 주식을 많이 샀다. 카카오는 개인 순매수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는 개인 순매도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투자자들이 네이버를 올해 저점(87만5000원)에서 매수해서 고점(87만5000원)에서 팔았다면 60.8%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반대로 연초 카카오의 주가가 더 오를 거라 생각하고 연고점(12만1100원)에 매수해 이달 6일(8만1200원) 팔았다면 약 32.9% 손해를 보게 된다. 왜 이 같은 차이가 발생했을까

 

◇ 실적 ‘증가’와 ‘부진’의 차이

우선 두 기업은 실적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매출 9873억원, 영업이익 27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3% 늘었다.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에 모두 성공한 셈이다.

반면 카카오는 2분기 매출 3765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했다. 표면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132% 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실적(매출 1104억원, 영업이익 206억원)을 제외하면 매출은 266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2265억원)은 늘었지만 영업이익(114억원)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향후 실적 전망도 네이버는 밝지만 카카오는 어둡다. 한화투자증권은 네이버가 올해 영업이익 1조1700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54% 많은 수치다. 한국 투자증권 역시 네이버 올해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의 경우 NH투자증권, 동부증권 등 증권사들이 올해 실적 추정치를 줄줄이 낮추면서 연간 실적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 사업 전략 ‘집중’과 ‘확장’

두 회사는 사업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 두 회사는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시작했다. 이용자 집객을 통해 트래픽을 높인 다음 광고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얼마만큼 포털 이용자를 모으느냐가 중요했다. 광고를 활용한 수익 창출은 지금까지도 중요한 사업 전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모바일이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하자 두 회사는 다른 사업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것까지는 비슷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네이버 모바일 앱을 통해 모바일 쇼핑 시장을 공략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일평균 1억회 이상의 네이버 모바일 검색 중 48%가 쇼핑 관련 검색이었다. 이에 따라 쇼핑 관련 광고 매출과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거래액도 증가하기 시작했고 실적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 사진=네이버
지난달 카카오에서 출시한 뷰티O2O서비스 카카오헤어샵. / 사진=카카오
반면 카카오는 3000만명이 넘는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를 연동한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콜택시 O2O 사업인 카카오택시부터 대리운전 기사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 헤어샵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헤어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O2O 서비스를 내놨다. 하반기에는 주차관련 O2O 서비스인 카카오파킹과 가사도우미 서비스인 카카오홈클린 등도 출시한다.

결국 네이버는 광고 시장 중심 사업 전략으로 수익성을 끌어 올렸지만 카카오 O2O 서비스 사업들은 수익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향후 포화된 광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를 주목해야 하고 카카오의 경우 O2O 신사업 수익성이 얼만큼 개선될 수 있을 지를 지켜봐야 한다.

◇ ROE 1.58% vs 28.21%

워런 버핏이라면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의 주식을 좋아했을까. 워렌 버핏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면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는 기업을 선호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ROE가 높을 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애플과 IBM, 코카콜라 ROE는 올해 6월 30일 기준 각각 37.92%, 80.31%, 28.95%로 높은 수준을 내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ROE는 6월 30일 기준 각각 28.21%, 1.58%였다. 자본이 돈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큰 차이가 발생했다. 카카오 ROE 1.58%는 시중 금리와 비슷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시장이 예상한 ROE도 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ROE가 주가를 결정짓는 모든 요소는 아니다. ROE 역시 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들이 성과를 낸다면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출시한 카카오드라이버의 흥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 한다”면서도 “하지만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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