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금 남자 절반 수준에 근속 연수도 감소세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 남녀 인력의 근속 연수 차이가 10년 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배 이상 벌어진 남녀 임금 차이와 남성 중심 문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 사진=뉴스1

 

은행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매년 줄고 있다. 은행들은 시간선택제 등을 통해 줄어드는 여성 인력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성 직원들은 은행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았다. 2배가량 벌어진 남녀 연봉 차이, 남성 위주 문화와 남자 위주의 임원 편성 등 남성 직원을 위한 업무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4년 9개월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년 줄었다. 2006년 15년 7개월이었던 은행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올해 상반기에 와서 5.2% 줄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줄어든 이유는 은행을 떠나는 여성 직원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 남성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5개월이다. 여성 직원(11년 4개월)보다 7년 1개월이나 차이 났다.

이 격차는 10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 2006년 남자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 6개월이다. 여자 직원은 12년 8개월이다. 10년 전 남녀 근속 연수 차이는 약 4년이었다. 10년 사이에 은행권 남녀 평균 근속 차이가 2배가량 벌어진 것이다. 


은행권 남녀 전체 근속 연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남자 행원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동안 증가세였다. 2006년 남자 행원 평균 근속연수는 16년 6개월이다. 올해 상반기 들어와 2년가량 늘어났다. 반면 여자 행원 근속연수는 2006년보다 1년 이상 줄었다.

은행별로 봐도 국내 4대 은행 모두 남자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늘었고 여자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줄었다.

격차가 가장 심하게 난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남자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1년 8개월이다. 여자 직원(10년 7개월)과 11년가량 차이 났다. 특히 10년 전 남녀 근속 연수가 2년 9개월 차이가 나던 수준보다 급격히 벌어졌다. 또 남자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동안 4년 6개월 늘어나는 동안 여자 직원은 3년 이상 줄어들었다.

이어 우리은행 남녀 직원 평균 근속 차이는 7년 1개월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 남자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9년 2개월이지만 여자 직원은 12년 1개월을 기록했다. 10년 전 1년 차이가 나던 것보다 7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남자 직원 근속 연수가 약 2년 늘어났고 여자 직원은 1년 3개월 줄었다.

하나은행 남녀 평균 근속 연수는 5년 4개월 차이가 났다. 하나은행 남녀 근속 차이는 10년 전 5년 1개월 차이가 나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 직원 근속 연수는 10년 전보다 1개월 늘었고, 여자 직원은 2개월 줄었다.

신한은행 남녀 직원 평균 근속 차이도 다른 은행보다 크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남녀 근속 연수 차이는 5년이다. 남자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6년 4개월이다. 10년 전보다 1년 3개월 늘었다. 여자 직원은 11년 4개월로 10년 전보다 4개월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남자 중심의 직장이라는 점은 은행권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여성들이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연봉과 근속 연수가 남성보다 낮고, 연봉 수준도 같은 기수라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자 중심 문화로 구성되다 보니 은행 내에는 상당한 위계질서가 형성되어 있다"며 "어떤 여성은 군대문화라고까지 말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남녀 직원 급여는 2016년 올해 상반기 2000만원 가량 차이났다. 은행 남자 직원이 올해 상반기까지 받은 급여는 평균 5100만원이다. 여자 직원 평균(3000만원)보다 2100만원 더 받았다. 10년 전(남녀 급여 차이 900만원)보다 더 벌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이 지급한 남녀 임금 차이가 가장 심한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남자 직원(5800만원)보다 여자 직원이 2500만원 적게 받았다. 이어 하나은행(남녀 차이 2100만원), 국민은행(2000만원), 우리은행(1800) 순으로 남녀 급여 차이가 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처럼 경제 흐름에 빨리 반응하는 조직임에도 보수적인 면이 있다. 남녀 간 두꺼운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며 "여성이 남성 임금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 차별을 개선해 나가야지 않으면 남녀 근속 연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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