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와 결탁해 인사권 장악 '제2의 하나회'로"…금융시장 건전성 제고는 뒷전

지난달 31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금융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금융지주회사 권력화 우려와 금융사와 모피아 간 특례 향유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 사진=뉴스1

 

금융지주사의 시장 장악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지주사 권력이 시장에서 견고해지면서 경쟁이 실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지주사 권력화가 금융사와 모피아(금융업계 내 재무관료 출신 인사)간 회전문 인사 관행을 유지하게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주사의 시장 장악력 확대가 금융 시장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금융개혁 과제' 발표에서 "이제는 모피아가 제2의 하나회로 변모하고 있다"며 "주로 서울대 법대·경제과가 중심이 된 모피아와 금융지주회사 간에 회전문 인사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제2의 재벌'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지주사가 재벌의 형태가 되면서 정권 관심사에 따른 경영 추진과 조직 이기주의로 변모하게 된다"며 "현재 금융지주사는 광고를 통한 언론 지배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결국 모피아를 위한 지배구조, 적격성 심사 등에 특례 향유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책은행이 부실 은폐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금융기관 영향력이 커질 수록 금융시장 건전성 제고나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정권의 관심사에만 신경쓰게 된다. 그 가운데 모피아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금융지주사의 권력화가 커지면서 시장 장악력이 확대돼 모피아와 금융감독기구, 지주사 간 권력서열이 역전된 사례도 나타났다"며 "요즘엔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지주사 수장에게 자신의 연임 가능성을 묻고 다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계열분리 명령제라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금융영역이다.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금융지주사가 재벌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지주사 장악력 확장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기업 간의 시장 지배력이나 힘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 금융의 공공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정권의 낙하사 인사는 여전하다"며 최근 한국증권금융 상근 감사위원 자리에 선임된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적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은 금융분야 경력이 전무하다"며 "낙하산 인사라는 점에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부당 청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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