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구소 소속…어린이 환자 돕는 소셜로봇 개발

정수연 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정수연 연구원(27)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 소속이다. 개인로봇그룹을 총괄하는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 밑에서 소셜로봇 허거블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정 연구원은 MIT 전자공학·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미디어연구소에 들어온 석사 1년 차다.

허거블은 건강관리, 교육, 사회적 소통 목적으로 개발된 컴패니언(친구) 로봇으로 어린이 환우가 겪는 스트레스, 불안, 고통을 덜해주는 용도로 도입됐다. 정 연구원은 보스턴 아동병원·노스이스턴대학교와 손 잡고 보스턴 아동병원 중환자실과 암 병동에 입원한 3~10세 어린이에게 허거블을 주고 그 반응을 살피고 있다.

그는 “어린이 환자가 허거블과 소통하고 노는 모습을 통해 의료진은 해당 환자가 고통, 스트레스, 불안 등을 얼마나 느끼는 지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환자와 허거블 간 상호작용이 환자 가족에 미치는 영향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수연 연구원은 또 로봇 언어학습 등 2개 이상 프로젝트에 공동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LG전자가 미디어연구소에 자금 지원한 스마트폰용 상호작용 프로그램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10시 MIT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 연구실에서 정수연 연구원을 만났다.

미국 국적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가 MIT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 태어났다. 2살 때 한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 다시 MIT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그 뒤 결혼해서 보스턴에서 살고 있다.

미디어연구소에 들어온 계기는.

학부 때 전자공학·컴퓨터과학(EECS)을 전공했다. MIT에는 5년 동안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동시 취득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석사 학위를 받으려면 지도 교수를 찾아야 한다. 난 신시아 브리질 교수를 택했다. 학부 졸업하기 전에 미디어연구소에서 인턴처럼 일했다. 3학년 말부터 미디어연구소에서 연구하면서 브리질 교수에게 석사 논문을 지도 받았다. 이제 석사 1년차다. 연구 과제가 마음에 들고 브리질 교수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디어연구소에 오게 됐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박사후 과정을 밟게 될 듯하다.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고 싶다.

한국 대학 교수직은 어떤가. 


얼마 전까진 미국에 있고 싶었다. 지금은 한국 대학도 좋다. 한국에 맞벌이 부부 증가, 교육열 과잉, 왕따 등 육아나 교육 관련 문제가 많으니 소셜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을 듯하다.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가족이나 직장 내 수직적 인간관계가 엄격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로봇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이 로봇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지도 연구할만하다. 이에 한국에 가도 좋을 듯하다.

국내 대기업이 입사를 제의하면 응할 건가.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다. 연구실에서만 있다 보니 편하다. 브리질 교수가 큰 주제를 정하면 연구원들은 그에 맞춰 자기가 연구하고 싶은 세부 주제를 찾는다.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해마다 한명씩 미디어연구소에 자사 연구원을 보낸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므로 혁신 기술이나 당장 이윤이 나오지 않는 과제는 연구하기 힘들다고 하더라. 아직까지 기업에 갈 생각은 없다.

LG전자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프로젝트는 끝났다. 10월 싱가포르에서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단기간에 완료한 프로젝트다. LG전자 연구원들과 직접 만나진 못했다. LG전자 스마트폰에는 탑재되지 않을 듯하다. 난 로봇에 정서적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탑재하고자 했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넣었으면 하더라. 그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LG전자 연구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프로젝트 구성 단계에서 충분한 소통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한국 기업과 일하는 경험을 쌓아 좋았다.

소셜로봇을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 브리질 교수가 개발한 로봇을 TV에서 보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이 감독한 영화 을 좋아했다. 브리질 교수가 자문한 영화다. 특히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곰인형 로봇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주는 소셜로봇이었다. 혼자 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 소셜로봇이 아이와 상호작용하면서 아이의 인간 관계를 확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수연 연구원 아들(7)이 보스턴병원에서 소셜로봇 허거블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정수연
스타트업을 만들 생각은 없나.

인텔리전트 로봇을 상업화하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듯하다. 상업화한다는 것은 많이 팔겠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로봇과 상호작용하면서 로봇과 관계에 고립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에 아직까지 상업화에 관심이 없다.

소셜로봇이 인간 관계를 대체하리라 보나.

인간 관계를 대처하지 않을 것이다. 아예 다른 종류의 상호작용이라 생각한다. 아들, 남편, 애완동물과 상호작용이 각기 다르듯이 로봇과 상호작용도 아예 다른 종류이지 인간 관계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다. 로봇과 상호작용이 인간 관계를 형성·유지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로봇과 정서적 소통이 가능하나.

로봇과 정서적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나오는 크리피처럼 사용자 감정을 읽지 못한 채 웃고 춤추고 해선 상호작용할 수 없다.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에서 사용자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게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과제는.

보스턴 병원에서 소셜로봇 허거블을 실험하고 있다. 브리질 교수는 연구소가 아니라 밖에서 실험하길 원한다. 옛날에는 연구실에서 실험했다. 그러다 보니 인위적인 공간에서 어색하게 상호작용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병원 의료진과 함께 일하고 있다. 소아과 병동 광대,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과 일할 수 있어 좋았다.

MIT 내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등 다른 학제와 교류는.


연구그룹 간 교류는 많지 않다. 다만 석사 내지 박사 과정을 밟으려면 지도교수 3명을 선정해야 한다. 미디어연구소 1명, CSAIL 교수 1명, 다른 대학이나 연관 전공 교수 1명 등 이런 식으로 지도교수진을 구성한다. 세부 알고리즘을 연구하려면 CSAIL 교수에게 부탁하고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은 하버드대 같은 외부 대학 교수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제간 교류가 활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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