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협 탈퇴→개별동의서→이사회 의결이 최선"

시중은행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했다. 개별 노조와 직접 협상을 벌이게 된 시중은행은 노사합의 없이 직원 개별동의서와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뉴스1

 

시중은행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했다. 개별 노조와 직접 협상을 벌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합의 불가'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은 노사합의 없이 직원 개별동의서와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한 뒤 직원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에서 성과임금제를 강행했다"며 "시중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우선은 노조 합의를 존중하지만 노조가 전면 합의 거부를 내세우면 개별동의서를 받고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가 개별동의서 징구 자체를 근로기준법 위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성과연봉제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담보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은행도 노조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공기업처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개별동의서 강제성이 문제가 됐던 만큼 이런 문제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신한은행 등 27개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중 22곳이 사옹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이는 지난 26일 열린 5차 대표자 회의에 따른 결과다. 이 회의에서 사용자협의회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회원사들이 자율적으로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곳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 농협은행, 수협중앙회,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금융결제원, 한국금융연수원, 우리에프아이에스, 한국자금중개, 서울외국환중개, 한국기업데이터, 은행연합회, 우리카드 등이다.

금융업계는 시중은행의 사용자협의회 탈퇴 결정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7개 금융공기업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바 있다. 이후 각 금융공기업은 개별 노사 합의나 직원 개별동의서를 징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 17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가이드북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불이익변경일 경우 근로자 과반수나 과반수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법률과 판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각 시중은들이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 제22조(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한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해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성과보수)로 일정 기간 이상 미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임직원'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같은 법 제17조에 임원 및 직원 가운데 최하위직급,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모든 정규직 임직원이 대상이라는 해석을 통해 노사합의 없이 전 은행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도 전국은행연합회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성과연봉제 안을 완성한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직원 임금이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바꾸면서 성과연봉제를 명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노조 반발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 내에는 성과주의 도입 확산을 바라는 직원도 있다. 노조의 무조건 반대에 은행들도 이제 지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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