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임대주택보다는 분양 원해

구룡마을 재개발 계획에 대해 마을주민들이 불만을 표하고있다. 사진은 구룡마을에서 바라본 강남구 번화가. / 사진=정한결 기자

 

개포동 일대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개포 래미안에서 길 하나 건너면 구룡마을이 나온다. 신호를 두 번 기다려야 건널 수 있는 구룡마을입구 교차로를 지나면, 도심과 동떨어진 구룡산과 대모산이 감싸 안은 마을이 보인다. 버스차고지 옆 쓰러져가는 판자촌이 자리잡고 있다.

한적한 거리를 걷다 보면 폐자재를 처리하는 크레인 소리만 크게 들린다. 동쪽 농장지대 근처에는 빈 건물도 많다. 깨진 창문 사이로 보이는 거미줄이 즐비하고, 버려진 농기구와 까치가 노닐고 있는 밭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서쪽으로 가면 그나마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다. 마을 전경을 보러 언덕을 올라가다 목이 말라 한 구멍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샀다. 가게 주인 박씨(70)는 20년 넘게 구룡마을에 살며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체험한 사람이다. 그는 “거주민에게 임대아파트 제공은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밝히며 구룡마을 재개발 계획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구룡마을 재개발은 오랜 갈등 속에 진행됐다. 재개발 방식에 대해 서울시와 강남구는 마찰을 빚었었다. 서울시는 행복주택, 주민 편의시설 등 복합공공시설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강남구는 구민 공원·광장을 세우기를 원했다. 또 시측은 거주민에게 우선 분양하는 환지방식을 요구했지만, 강남구는 전면 수용방식을 고집했다. 

 

지난 4월 서울시와 강남구는 전면 수용방식으로 재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2014년 구룡마을 화재 이후 주민 안전을 위해 하루빨리 재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해 강남구 방식을 수용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임대주택, 일반분양 아파트, 공동주택 2682를 보급할 예정이다.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임대아파트 거주우선권을 가진다.
 

거주민들은 재개발 계획에 불만이다. 지난달 16일 구룡마을주민 1400여명, 토지주 50여명은 전면수용방식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박씨는 임대아파트 제공보다는 아파트를 분양 받기를 원한다. 그는 “길거리를 보라. 하루에 몇 명이나 지나가겠나. 조그만 구멍가게 수십년째 운영하지만 얼마 벌지를 못한다. 많이 벌어야 하루 3만원, 아내가 벌어오는 돈도 있지만 수입이 많지는 않다. 당장 임대아파트 들어가면 이 구멍가게 수입이 없어진다. 임대료가 싸다고 한들 수입이 사라지는데 나이 70에 경비로도 안받아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재개발 된다면 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데 갈 곳이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된다면 당장 여기를 떠나겠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싶겠나. 당장 이사할 수 있는 형편도 안되고, 재개발해도 임대아파트 들어가게 된다면 월세를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집 바깥에 있는 배수관과 화장실을 가리켰다.
 

구룡마을은 야외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집 지붕들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배수관으로 촘촘히 이어져있다. 올해같이 무더운 여름에는 관이 녹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동파돼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박씨는 구룡마을이 거주민들 소유 땅이 아니기 때문에 땅 주인이 공사 허가를 내줄 수 없었고 그러기에 배수관 공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구룡마을 거주민들 대부분은 88년 이후 정착했다. 원래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도시를 정돈한다는 명목 하에 밀려난 판자촌 사람들이 대다수다. 박씨 또한 88년 이후 구룡마을에 정착했다.
 

박씨는 사람들이 판자촌이 가지는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편견을 가지고 우리 동네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들 요즘 많이 온다. 와서 동네에 주차된 좋은 차들 보고, 판자촌 사람들이 차도 좋은 거 타는 걸 보니 별로 힘들지 않게 산다고 결론 내리고 기사를 쓴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언론이랑 인터뷰 하기 꺼려한다. 근데 밖에서도 월세 단칸방에 살면서 외제차 모는 젊은이들 있다고 뉴스에 한참 나오지 않나. 판자촌이라는 색안경을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솔직히 이 동네에 잘사는 사람들도 있다. 2000년대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한탕 노리려고 들어온 사람들 많다. 그런 사람들은 재개발 때 분양 안받아도 다른 데서 잘 살 수 있을 거다. ‘판자촌 사람들이 보상으로 한탕 받으려고 한다’지만 우리같이 20년, 30년 넘게 여기서만 살아온 사람들은 정말 막막하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남구는 지난달 19일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강남구에 존재하는 재건, 달터, 수정마을, 그리고 구룡마을 무허가판자촌 “주거환경 및 도시미관 개선"하려 한 강남구의 ‘노력’을 인정 받은 셈이다.
 

지난달 17일 도시계획위원회는 구룡마을 재개발 계획 승인을 보류했다. 서울시 측은 개발계획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우리는 땅 소유주가 아니다. 그래서 소유주와 시 입장도 이해한다. 법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 민초들을 좀더 고려해주고 형평성에 맞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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