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이사회 안건 모두에 '전원 찬성' 합창…급여는 회의당 최대 750만원씩 챙겨

국내 4대 시중은행 사외이사 역할이 여전히 '거수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들이 주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 사진=뉴스1

 

국내 4대 시중은행 사외이사 역할이 여전히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 금융·경영·법률·회계·정보기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은행 사외이사 1인당 평균보수액은 3800만원이다. 회의당 평균 급여는 최대 750만원이 넘는다. 보수는 높지만 역할은 거수기에 불과해 사외이사 제도 불용론이 거세다.

26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 사외이사(비상임이사 포함)는 총 22명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 비상임이사 1명을 포함해 7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는 각 4명의 사외이사가 몸을 담고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도입됐다. 기업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대주주(오너)의 독자 경영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각 은행 이사회는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사회는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황선태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를 포함해 구본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성우 금융위원회 평가위원회 위원장 등이 사외이사로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한 총 6명의 이사를 두고 있다. 조하현 전 고용노동부 금융리스크 관리위원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그 외 김우찬 전 중앙지방법원 판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우리은행 이사회도 총 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천혜숙 전 메릴린치 투자자문회사 부사장을 비롯해 고성수 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김성용 전 법무법인 우현 대표변호사, 이호근 한국경영정보학회 회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하나은행 이사회는 상임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비상임이사 1명 등 7인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김주성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정영록 서울대국제대학원 교수,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경영학부 교수, 허 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이 사외이사로 일한다.

◇높은 보수에 역할은 '거수기'

4대 시중은행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사외이사 1명에게 평균 5300만원을 줬다. 지난해보다 1100만원 올려줬다. 이어 하나은행(3000만원), 신한은행(2700만원), 우리은행(2300만원) 순으로 사외이사 보수가 높았다.

4대은행 이사회가 연 회의는 우리은행이 8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 7번, 신한 4번, 하나 4번 순이다.

회의당 가장 높은 급여를 받은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회의당 757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어 하나은행 750만원, 신한은행 675만원, 하나은행 우리 287만원 보수비를 받아갔다.

반면 4대 은행 사외이사들은 모든 이사회 안건에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인수합병, 경영진선임 등 경영진이 상정한 모든 안건에 전원 찬성했다.

신한은행은 국외 현지법인 자본금 증자를 비롯해 올 상반기까지 20건 이상의 안건을 다뤘다. 우리은행은 최근 우리카드사와의 '위비마켓' 업무제휴 추진 건 등 60여건의 안건을 다뤘다. 국민은행은 20여건의 안건을, 하나은행도 국민유선방송투자 앞 출자 승인 40여건의 안건을 다뤘다.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이사회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금융업 관계자는 "기업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연봉만 많이 받고 경영진 비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문성으로만 보면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금융, 법률, 경영 등 이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외이사가 돼 하는 일은 고작 은행 경영진을 위해 '전원 찬성'을 외치는 것 뿐"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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