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이야기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약간은 어눌하지만 활기찬 인사와 함께 한글 교실이 시작된다. 여기는 몬테레이, 한국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멕시코 제3의 도시다.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한국인들이 세운 작은 한인 교회에서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멕시코인들을 위한 한글 교실이 열린다. 한글 교실에 찾아온 몬테레이 사람들은 연령층도, 목적도 다양하다. 외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우는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배워야 해서 온 게 아니라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한국인 상사와 의사 소통하기 위해, 사춘기에 들어선 10대 소녀들은 중남미 대륙에서 한창 열풍을 일으키는 한류 아이돌의 노래 가사를 정확하기 읊조리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 중년 여성들도 배움의 열정이 뜨겁다. 자녀를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내고 한가한 시간에 취미삼아 한글 교실에 온다. 특히 마리아씨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한글을 배우려는 열정이 대단하다.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좌절하는 법이 없다. "한글이 어렵다"는 마리아씨에게 나는 매번 "잘하고 계신다"며 북돋아주곤 한다. "Bueno, Vamos a leer esta oracion. 안녕히 계세요."(좋아요, 다같이 이 문장을 읽어보아요. 안녕히 계세요.)"Ay, Maestro, es muy dificil pronunciarla para mi...."(아 선생님, 이걸 발음하는게 제게는 너무나 어려워요...)"Entiendo, pero para mejorar su coreano, es importante hacer esfuerzos de repetirlo continuamente."(이해해요. 하지만 한국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반복하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해요.)나는 강단에 서서 최대한 천천히 소리내 읽고 글자 모양 하나하나를 칠판에 쓴다. 멕시코인들에게 한국어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어의 문법 구조는 스페인어와 완전히 다르다. 발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눈빛에서 낭패와 좌절의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눈은 열정과 호기심으로 빛난다. 그들의 열정 앞에서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을 때, 어쩌면 유망한 언어를 배우겠다는 마음이 열정보다 앞섰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저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페인어를 접해볼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저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멕시코에서 배웠다. 내게 하나의 가르침을 준 멕시코 몬테레이의 한글학교 학생들이 열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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