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하이트진로 2분기 부진…2위 공세‧공정위 규제완화론 대응할 듯

농심과 하이트진로가 각각 라면과 맥주실적 감소로 2분기에 부진한 성적을 냈다. 사진은 4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한 맥주관련 축제 모습. / 사진=뉴스1

 

대표적 서민식품인 라면과 주류 1위 업체 농심과 하이트진로가 울상이다. 프리미엄 라면매출과 국내맥주 점유율이 동시에 부진한 탓에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당장 농심은 2위 오뚜기의 공세에 마주한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급작스레 터진 공정위발 맥주산업 규제완화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모두 가격인상 이슈에 처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하이트진로가 동시에 부진한 실적을 냈다.

농심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72억원과 124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나 줄었다. 실적쇼크 수준이다. 라면 때문이다.

2분기 농심의 내수 라면 매출액은 5.6%가 줄었다. 짜왕도 판매량이 감소하며 열풍이 다소 잠잠해졌다. 짜왕과 맛짬뽕을 합한 이른바 두꺼운 면발 라면 매출액도 200억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농심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은 2위 업체의 공세다. 2분기 오뚜기 매출액은 4880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9% 증가했다. 시장 기대치를 10%이상 상회한 수치다. 오뚜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는 상반기에만 매출 1조 37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9200억원이다.

‘오뚜기 효과’는 당장 1위 농심에도 영향을 끼쳤다. 2위의 매서운 추격을 맞은 농심은 마케팅 비용지출을 크게 늘렸다. 이는 자연스레 판관비 증가로 이어져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광고선전비는 30%가 늘어난 211억원까지 증가했다”며 “경쟁사의 주력제품(진짬뽕)에 대응해 국물라면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고 풀이했다. 그나마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상승으로 연결기준 실적을 방어했다.

하이트진로도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매출액은 50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1.7% 줄었다. ‘이슬톡톡’의 선전으로 소주 매출은 늘었지만 맥주 부진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맥주 부진의 원인은 수입맥주의 점유율 상승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87개국 400여개가 넘는 수입맥주 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지난해 8.4%로 계속 늘고 있다. 실제 이마트의 국산맥주 대비 수입맥주 판매비중은 2014년 33.3%에서 지난해 38.1%까지 올랐고 올해는 40%를 넘어섰다.

갑작스런 공정위발 시장 경쟁 활성화론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오는 30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맥주시장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실시한다. 공청회에서는 맥주산업의 시설·가격·유통망 등 사업활동 제한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공정위가 국내맥주의 경쟁력 저하 원인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중심의 과점적 시장구조를 정면 겨냥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면과 맥주 모두 가격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관심사다. 앞서 과자와 소주, 빙과류 등 각종 서민식품이 모두 가격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라면은 4년 넘게 가격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도 인상 가능성이 가장 큰 품목 중 하나”라고 내다봤다. 맥주도 2012년 이후 인상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농심의 경우 올해 스낵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여름 인상설이 돌던 맥주 역시 급작스런 공정위발 규제완화론 탓에 연내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