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축소, 인수합병 방안에 모두 미온적 반응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4일 서울 삼성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스틸코리아 2016'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한국철강협회

 

공급과잉으로부터 자국 철강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고 있는 업체가 중간보고서 내용이 나온 뒤 업계의 호된 비난을 받는 등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글로벌 철강 무역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관 모두 힘을 모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는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어렵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주최로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한 ‘스틸코리아 2016’은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이 행사에서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던 오승욱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가 불참한 탓이다. BCG는 5월부터 국내 철강업계 구조조정에 관한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철강협회는 “최종 보고서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BCG 측이 연사로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고 판단해 협회와 BCG가 해당 발표를 뺏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달 초 나온 중간보고서에 대한 비판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CG 중간보고서에는 철근, 강관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한다는 내용과 특히 공급과잉이 심각한 후판에 대해서는 연산 1230만톤에서 400만톤으로 70% 감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보고서에 대한 업계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공급축소는 회사 자체적으로 충분히 진행했다며 현실성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광 미래에셋 연구원은 “중간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업계 반발이 거세 원안대로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처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권오준 회장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며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철강사들은 줄일 만큼 줄였다. 선뜻 인수합병에 나설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웃한 일본과 중국 철강사 간 인수합병은 활발하다. 규모를 확장해 경쟁력을 키워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신일철주금은 2월 닛산제강 인수를 발표하면서 연간 5000만톤 이상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앞선 2012년에는 스미토모금속을 인수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허베이강철은 서우두강철 합병을 추진 중이다. 6월에는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 간 합병계획도 나왔다.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중국은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2,3위 철강사를 보유하게 된다.

계속해서 국내 철강업계에 공급축소 주문이 나오는 이유는 중국발 수입제품을 제외하고도 국내 철강업계 생산량만으로 공급과잉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조강 생산설비 규모는 연산 8200톤인 반면 내수시장 규모는 5600만톤에 그친다. 약 2600만톤이 과잉인 셈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도 공급과잉”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인수합병 등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민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단위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철강산업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전략적 인수합병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BCG 보고서가 현실성 있게 나와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단순 공급량 축소에 관한 보고서가 나온다면 국내 업체들이 따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마다 최적화 된 소재와 제품이 다르고 전문화된 분야도 다르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실적이고 명확한 보고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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