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활발한 글로벌 기업들과 대비…데이터센터만 늘어나

송희준 정부 3.0 추진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부 3.0의 성과와 국정 2기 핵심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 자체 비즈니스보단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 짓기에 더 열을 올리며 빅데이터 산업조차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국제표준인증기관 디엔브이 지엘은 표본으로 선정한 세계 1189사의 빅데이터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리더 위치에 있는 기업들 중 96%가 빅데이터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추상적 수준에 머물렀던 빅데이터 활용은 글로벌 기업들에겐 이미 현실 비즈니스가 됐다. 단순히 통계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 의류 브랜드 자라의 경우 전 세계 주요 상권에 가게를 열어 소비자들의 옷차림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내며 패션 트렌드를 리드 한다”며 “사실 패션회사라기 보다 빅데이터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국 기업들은 아직 데이터 활용 면에 있어선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기업들은 데이터 활용 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을 짓는 쪽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쉽게 말해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빅데이터 활용이 많아지며 함께 발전하는 영역 중 하나로 주로 건물 형태를 띄고 있다. 한때 SK주식회사C&C와 LG유플러스가 카카오를 데이터센터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산업은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활용 사업이 아니라 부수적 산업에 가까운 것으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산업발전을 이끌어 내겠단 정부 3.0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예를 들면 게임 산업 및 기술을 발전시키려 했는데 PC방이 늘어난 격이다.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 사업이 하드웨어 쪽으로 빠지고 있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질의 공공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개방해야 하는데 데이터 자체가 양질도 아니고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아니란 것이다. 호주 IT업체 시냅터는 건설 현장 사고 위험 요소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냅터는 정부 데이터도 상당량 활용했으며 심지어 자신들이 축적한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위치가 됐다.

국내 빅데이터 부문 권위자인 강장묵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JM코드그룹 대표)는 “성과중심적인 문화 속에선 데이터센터 짓기 등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보여주기 쉽다”며 “창의력은 규제 및 시장상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 발휘될 수가 없는데 정부의 규제 및 폐쇄적 정책에 막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쉬운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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