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 하락 등 호재에도 하락세…"해외시장에서의 성과 등 경쟁력 개선 우선돼야"

음식료 업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올해 상승가도를 달릴 것이란 증권사 전망과는 반대로 음식료 업종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곡물가가 떨어지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외부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지수 회복이 쉽지 않다. 포화된 내수 시장에서 소비가 줄고 경쟁마저 치열해지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의구심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업황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음식료 업종은 지난해엔 코스피보다 월등한 성적을 내면서 올해를 기대케 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연초 1890선에서 2100까지 올랐다가 연말엔 도로 1950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음식료 업종 지수는 2015년 1월 4130선에서 시작해 12월 5730선으로 약 38% 상승했다. 당시 증권사에서는 2016년을 전망하면서 견조한 이익 성장률로 다시금 코스피를 앞서는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음식료 업종이 시장 전망과는 반대로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6월 24일 1892.75까지 떨어졌던 브렉시트(영구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 이후 8.3% 가량 상승하며 이달 23일 2049.93선에 안착했다. 반면 음식료 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4627.43에서 4353.38로 약 6% 떨어졌다. 이는 연고점인 올해 2월 1일 6027.53와 비교하면 27% 하락한 수치다.

긍정적인 대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음식료 업종의 추락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음식료 업종의 주요 원재료인 곡물가가 연저점을 향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곡물가 영향을 많이 받는 제과, 식품업종에는 곡물가 가격 하락은 호재로 인식된다.

실제 시카고거래소(CBOT)의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6월 17일 부쉘당 442.75달러에서 이날 부쉘당 339.75달러로 내렸다. 지난 11일에는 연저점인 부쉘당 331.7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밀과 대두 가격 역시 6월 대비 1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상승했지만 곡물가 하락 탓에 전체 식료품 원재료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대비 0.8% 하락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도 호재다. 달러 약세로 인해 원재료 수입 가격이 달러 강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이는 내수 위주인 음식료 업체들에는 원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점이 된다. 2월 달러당 1238.77원이었던 환율은 이달 들어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졌고 16일에는 1092.49원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수입물가 지수는 전월보다 2.8% 낮아졌다.

문제는 대외적인 호재를 논하기 이전에 산업 자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구매자들의 소비가 줄어든데다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에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2분기 음식료 업종 주요 15개 종목(KT&G·오리온·CJ제일제당·롯데칠성·롯데제과·농심·빙그레·롯데푸드·대상·매일유업·오뚜기·동원F&B·삼립식품·크라운제과·하이트진로)에서 KT&G, CJ제일제당 등 몇몇 종목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음료 업종의 전체적인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소비가 그만큼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업체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실제 15개 업체들의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14.45% 늘어났다.

한국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종 문제는 구조적인 경쟁 비용 상승이 원인”이라며 “‘허니버터칩’, ‘짜왕’, ‘순하리’, ‘바나나맛 초코파이’와 같은 히트 제품이 미투 제품(모방 제품) 등장으로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궁극적으로는 해당 기업들의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못했다. 편의점 저가 도시락이나 PB(Private Brand)상품 등 경쟁 범위가 확대된 것도 업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음식료 업종이 투자 매력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 내 구조조정, 해외에서의 의미있는 성장,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업체들의 경쟁력 개선 스토리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상승에도 음식료 종목들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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