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PHEV·말리부 하이브리드 하반기 출격…전문가 “내연차 못 버티면 점유율 하락 불가피”

 

 

한국GM은 올해 내수에서 19만1000대 판매,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제임스 김 사장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지닌 신차를 대거 출시, 내수시장에서 기아차 뒤를 잇는 ‘당당한 3인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올해 반환점을 돈 지난달까지 한국GM 포부는 순항 중이다. 한국GM 올해 상반기 누적점유율은 9.3%다. 지난해(8.3%)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비롯해 경차 스파크, 중형 세단 말리부까지 차종 별로 고르게 팔린 덕이다.

다만 하반기 시장 조짐이 좋지 않다. 개별소비세 인하정책 종료와 동시에 임팔라 판매량이 급감했고, 말리부는 또 다른 ‘새 얼굴’ 르노삼성 SM6와 제로섬 게임을 펼치고 있다. 하반기 기아차가 신형 모닝까지 선보일 계획이어서 스파크도 독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GM이 하반기 성장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친환경차다.

◇ 한국GM, 본사 따라 ‘친환경차 띄우기’

상반기 자동차시장 화두는 환경이었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악화된 경유(디젤)차 신뢰도와 중국발 미세먼지 공포는 자동차사가 극복해야 될 숙제로 자리 잡았다.

한국GM은 자동차 판매라인업 대부분이 가솔린 모델로 채워진 덕에 논란에서 비켜 섰다. 지난달 기준 한국GM 전체 판매량의 약 83%가 가솔린차다. 다만 제임스 김 사장은 친환경 수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길 원했다. 하반기 한국GM이 선보일 신차라인업에 ‘초록빛’이 가득한 이유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 하반기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볼트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 엔진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차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어 차세대 환경자동차로 불린다.

특히 PHEV는 플러그를 꽂아 충전이 가능해 대중화에 가장 유리한 친환경차로 꼽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와 PHEV 수요가 3년 안에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한국GM이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면 향후 현대·기아차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M 자동차 라인업과 기술력은 현대·기아차를 압도한다. 이 같은 본사를 둔 한국GM이 본격적인 친환경차 공세를 시작한다면 그 파급력은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며 “메리 바라 회장도 친환경차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류에 맞춰 한국GM이 본격적인 친환경차 판매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 내연기관 라인 공백, 친환경차로 가려낼까

한국GM이 친환경차 띄우기에 나섰지만 정작 판매 일선에 있는 대리점 반응이 차갑다. 친환경차가 판매 라인업에 다양성을 더할 수는 있지만 영업에 있어서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탓이다.

23일 강남구 소재 한국GM 쉐보레 영업소 직원은 “하이브리드나 PHEV를 일반 소비자에게 권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값도 비싸고 인지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말리부나 스파크 등 가솔린차가 주력이다. 두 모델이 팔리지 않는다면 (친환경 모델이) 아무리 많아 봐야 영업사원들에겐 계륵이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GM 임팔라 판매량은 542대다. 지난 6월 판매량(1129대) 대비 52% 급감했다. 지난해 9월 출시이래 최저 판매량이다. 지난달 말리부는 4618대 팔리며 전월 대비 26.8% 판매량이 감소했다. 한국GM이 내놓는 친환경차 판매량과 별개로 내연기관 판매가 무너진다면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도 요원해진다.

상황은 이런데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국내 저공해자동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며 친환경차 세제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가격경쟁력에서 경쟁 차종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나 K5 하이브리드에 뒤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말리부 하이브리드 계약대수는 200여 대로 전해졌다.

한국GM은 볼트 PHEV의 경우 카셰어링(차량 공유) 업체에 먼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볼트가 하반기 불어 닥칠 자동차 수요절벽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보다는 PHEV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그렇다고 내연시장을 자동차사가 놓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친환경차 시장과 별개로 국내에서 내연기관시장이 바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내수시장에서) 가솔린과 디젤이 생각보다 오랜 기간 주요시장으로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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