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딛고 첫 외부공모 사장 기록…리더십 확립·실적 개선 등 과제 산적

 

23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는 박창민 신임 사장. / 사진=대우건설

 

박창민 사장 내정자가 낙하산 논란을 딛고 23일 오후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첫 외부인사 사장 체제를 맞게 됐다. 박 신임 사장은 취임과 함께 리더십 논란 해소, 대우건설 실적개선이란 어려운 당면과제를 풀어내야할 상황이다.

 

23일 대우건설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박창민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우건설 본사에서 신임사장 취임식이 열렸다.

박 신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회사를 세계적인 건설사로 육성하겠다고 발혔다. 그는 “대우건설의 1등 유전자(DNA)를 되살려 세계적인 건설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육성을 위해 그는 ▲재무안정성 개선 ▲조직 효율성 및 생산성 강화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 ▲인재경영의 실천 등 네 가지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 43년 역사에서 첫 외부인사출신 대표이사다. 그는 취임사 앞부분에서 자신이 '대우건설 가족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박 신임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 이전에 대우건설 가족의 일원으로서 마음과 귀를 열고, 손을 내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지난 195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울산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 사장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사원으로 입사한후 상무와 부사장을 거쳐 2011년 사장에 부임했다. 2012년에는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 사장 취임했지만 리더십‧구조조정 논란 극복해야

박창민 신임 사장은 앞서 선임과정에서 여러 시비에 휘말렸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대우건설 사장에 임명됐다. 다만 박 사장 앞엔 산적한 과제가 놓여있다.

박 신임 사장의 리더십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그는 선임과정에서 '낙하산, 자질부족, 정치권 뒷배 의혹' 시비가 제기된 바 있다. 이는 그가 앞으로 대우건설을 경영하는 데 있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우건설 노조 측은 22일과 23일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박 사장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사장 선임과정을 국회 청문회에서 조사하는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 모집과정을 지속할 의사도 내비쳤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실적도 개선해야 한다. 산은은 공모펀드인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펀드 만료일에 맞춰 내년 10월에 해당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다만 산은의 지분매입 시점인 2010년 대비 3분의 1 이상 떨어진 주가(22일 종가 기준 6130원)가 걸림돌이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이 이뤄지면 산은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업계에선 산은이 박 사장을 내세워 주가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박창민 신임 사장은 선임과정에서부터 산은 측 내정자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박 사장이 산은 측 입장을 대변해 대우건설 주가부양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실적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이룬 실적개선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미흡한 수치다. 올해 별도 제무제표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03%로 지난해 동기 3.31% 대비 하락한 상태다. 산업은행과의 약정에 따라 '낮은 영업이익률'을 이유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도 산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적이 문제시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펀드 매각시기인 내년 10월까지 1년이란 짧은 시간이 남은 상황이다. 박 신임 사장이 단기간 실적개선을 위해 인력감축, 부서 조정을 단행할 우려가 부상하는 대목이다. 구조조정은 짧은 시일 내 실적개선과 주가상승을 도모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 업계에선 박창민 신임사장이 대우건설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다. 수주산업은 대규모 공사를 수주해도 실적이 2~3년 늦게 개선된다"며 "박 신임 사장이 (특단의 방법이 없이는, 펀드 매각기한인) 1년 내 실적개선을 이루긴 힘들 것이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앞서 노조 측은 박 신임 사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높다. 더욱이 부서들이 장기계획에 입각해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구조조정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일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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