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사 설립‧중간광고 도입추진 등 생존전략에 사활…전문가들은 '회의적'

지상파가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중계권료 채우는 데도 실패한 올림픽 광고판매액은 상반기 광고매출 충격을 더 키운 모양새다. 사진은 2014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대한민국 방송콘텐츠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지상파가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중계권료 채우는 데도 실패한 올림픽 광고판매액은 상반기 광고매출 급감 충격을 더욱 증폭시킨 모양새다. 외주제작사 설립과 중간광고 도입 촉구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려 하지만 전문가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22일 리우올림픽이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업계는 모두 울상이다. 올림픽 시청률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지상파 3사의 시청률 합계가 30%를 넘긴 경기는 여자양궁 개인 16강전과 남자 축구 8강전뿐이었다. 이외에 남자사격 50m 소총복사 결승전(25.4%)과 한국팀이 일본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여자 배구 조별예선 1차전(시청률 29.8%), 네덜란드와의 여자 배구 8강전(26.8%) 등이 시청률 상위에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는 합계시청률이 10% 내외를 맴돌았다. 이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시청률이 낮았던 런던올림픽의 평균시청률(23.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평균시청률은 32%였다.

이러다보니 방송사도 울상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이번에 지불해야 하는 올림픽 중계권료는 44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청률 저조 탓에 광고판매액으로 중계권료를 채우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차, 경기 결과 부진 등의 이유로 광고판매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재판매 성과도 예년에 못 미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계권료 및 중계제작비 증가 등 비용상승요소를 제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에 편중된 수익모델 위기론은 상반기에도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올해 4월까지 주요 방송사 광고 누적 매출액을 추산한 결과 CJ E&M은 1345억원으로 각각 1237억원과 1150억원을 올린 KBS와 SBS를 앞질렀다. MBC는 1579억원으로 1위였다. 지난해 CJ E&M은 지상파 3사에 모두 뒤진 4위였다.

광고시장 침체 탓에 울상인 건 제일기획도 마찬가지다. 제일기획의 수익 역시 지상파의 광고매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고리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이번 올림픽은 삼성전자가 메인스폰서인 까닭에 제일기획이 수혜를 보리라던 전망이 많았다. 특히 갤럭시노트7 출시 시기도 맞물리면서 환경도 좋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연일 주가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제일기획 주가는 되레 내림세다. 지상파 중심의 TV광고시장이 그만큼 내리막이라는 방증이다.

이같은 변화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민영방송사인 SBS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9%나 빠졌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단 한 번의 오름세 없이 내리 하락했다. 광고성수기였던 2분기 역시 광고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TV광고매출은 14%나 줄었다. 협찬매출도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CJ E&M의 2분기 TV광고매출은 지난해보다 7% 늘었다. SBS는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SBS의 콘텐츠 유통을 책임진 계열사 SBS콘텐츠허브는 같은 기간 호조세를 띠었다. 이에 대해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SBS콘텐츠허브는 경기에 민감한 광고매출이 아니라, 경기 방어적인 콘텐츠 유통 매출 위주로만 사업이 구성되어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콘텐츠를 통한 직접적인 수익증대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와중에 KBS가 갑작스레 들고 나온 무기가 외주제작사다. 외주사를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하반기에 SBS에서 방영되는 기대작(보보경심: 려, 사임당, 푸른바다의 전설)의 판권은 모두 외주사가 갖고 있다. SBS는 방영권만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화제작인 KBS2 ‘태양의 후예’ 역시 KBS 측 권리는 50%에 못 미친다.

KBS가 외주사를 설립하며 내세운 논리는 중국자본 유입에 맞선 ‘보호론’이다. KBS는 지난달 15일 성명을 통해 “거대 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은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의 피폐화를 가져오고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자본이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에 재직 중인 한 언론학자는 “원래 외주제작 정책 도입의 목적은 콘텐츠 생태계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점차 규제가 줄어들더니 결국은 공영방송도 뛰어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40대 언론학자도 “지상파 뉴스에서 국내 부동산에 대한 중국자본의 잠식을 다루는 보도가 많은데 그 논리를 그대로 본인들이 참여한 시장에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상파는 외주사 설립보다 더 뜨거운 감자에도 손을 대는 모양새다. 지상파 3사 공히 중간광고 도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E&M 등에 허용된 중간광고를 지상파에 불허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반박도 곁들인 모양새다.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법 시행령 59조 개정으로 당장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 미디어 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케이블 텔레비전이 광고규제가 없어서 콘텐츠가 좋아진 게 아니다. 지상파 영향력이 줄어드는 근본 원인은 콘텐츠경쟁력 저하에 있다. 예컨대 지상파는 드라마 스태프는 저렴한 인건비로 계약하고 배우 몸값에는 큰돈을 지불한다. 그렇게 해야 광고가 많이 붙는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중간광고가 붙어서 광고매출이 늘면 결국 더 비싼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쓸 가능성이 높다. 설사 중간광고가 생겨도 콘텐츠 질이 향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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