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i30 등 디자인 변경 모델 대거 출시…전문가 “고급차만으로는 실적 반등 어려워”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 끝나면서 한 여름 자동차 내수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총 12만1140여 대로 전년 동기대비 10.6% 감소했다. 지난 6월보다 24.7% 급감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저 마다 ‘반전카드’를 고심 중이다. 시장 환경이 상반기와 달라진 만큼 전략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에 하반기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계획과 전략, 풀어야 할 숙제 등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그래픽=시사저널e.

 

지난 7월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수시장에서 크게 휘청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3각 편대’가 출시한 신차공세에 맥을 못 췄다. 국산 완성차 5개사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중대형 상용차를 제외한 현대·기아차 7월 내수점유율은 64.9%(현대차 35.3%, 기아차 29.6%)다.

현대·기아차 월간 내수 점유율이 65% 아래로 떨어지기는 3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개소세 인하정책 종료와 동시에 줄어든 국내 자동차 수요 ‘파이’를 놓고 펼쳐진 수싸움에서, 현대·기아차가 마이너 3사에 뒤쳐진 모양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신형 그랜저, i30 등 디자인 변경 모델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 “새롭고 고급스럽게” 외형 바뀐 신차로 총공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품질개혁을 강조했다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디자인 개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에 합류한 루크 동커볼케 전 벤틀리 총괄디자이너,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 람보르기니 총괄브랜드디렉터. 이들 모두 정 부회장이 불렀다.  

정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올 들어 더 부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내세울 반전카드도 디자인에 방점이 찍힌다. 성능 보다는 ‘새 얼굴’을 앞세운 신차들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심산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6월 7일 대형 럭셔리 세단 G80의 가격을 공개하고 전국 영업점을 통해 가솔린 3.3 및 3.8 두 가지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하반기 현대차그룹 실적의 핵심추로 꼽힌다. / 사진=현대차그룹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하반기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과 신형 그랜저를 선보인다. 지난 6월부터 사전계약을 접수 중인 G80은 2세대 DH 제네시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EQ900을 통해 호평을 받은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적용됐다.

‘국민 고급세단’ 그랜저는 2011년 1월 출시된 5세대 모델 이후 5년여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그랜저는 제네시스가 빠진 현대차 라인업의 실질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와는 다른 정체성을 선보일 외관 디자인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 하반기 준중형 해치백 모델 신형 i30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11일 최초공개된 i30 티저 이미지. / 사진=현대차그룹

 

판매가 부진하던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신형 i30'으로 공략한다. 신형 i30에는 현대차가 새롭게 선보이는 ‘캐스캐이딩 그릴’이 최초 적용된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한국 도자기의 곡선미가 적용됐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신형 i30 외관을 “매끄러운 선, 정제된 면, 조각 같은 형상”으로 요약했다.

◇ ‘VVIP 수요‘에만 의존해선 반전 어려워


업계에선 현대차의 이 같은 하반기 신차계획에 물음표를 던진다. 하반기 신차들 몸값 탓이다. G80과 그랜저 모두 4000만원을 상회하는 고급 대형세단이다. 개소세 인하정책 종료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서민들로서는 넘보기 어려운 차종이다.

안산 소재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 일명 ‘밀어내기’를 통해 실적을 빠르게 올린다. 그랜저와 제네시스를 찾는 VVIP(높은 경제력 갖춘 소비자) 수요가 많지 않아 고민이다”이라며 “아무리 할인해봐야 고급차로는 큰 폭의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하반기 ‘폴크스바겐 사태’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형 i30이 동급 해치백인 폴크스바겐 ‘골프’ 빈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폴크스바겐 골프 차량은 불법 개조 등 혐의로 인증이 취소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i30은 디자인, 설계,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유럽에서 이뤄졌다”며 “유럽 스타일 디자인과 주행성능에 기초해 기존 모델과 차별화하겠다”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침체된 자동차시장을 현대·기아차가 고급신차와 해치백 모델만으로 타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진단한다. 줄어든 자동차 수요를 놓고 마이너 3사나 수입차 업체와 나눠 먹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이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이 사라진 해치백 및 고급차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이 같은 상황이 현대차그룹에게 기회일 것”이라며 “다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중형차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폴크스바겐 대체 차종으로 현대차보다는 도요타 등 일본차가 각광받고 있다. 현대차가 고급차만 내세워서는 하반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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