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게임성, 비싼 과금체계, 과도한 정부 규제가 발목 잡아

 

 

지난 5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오버워치 페스티벌'에 2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 사진=블리자드

 

지난 21일 인천광역시 서구의 한 PC방. 찜통 더위로 한산한 거리와 달리 PC방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PC방을 둘러보니 한가지 게임이 유독 눈에 띄었다.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다. 불과 몇달 전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PC방 모니터 대부분을 차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 게임개발사 라이엇이 개발한 LOL이 국내 PC방을 휩쓴 후, 그 바통을 또 다른 미국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이어 받은 것이다.

반면 PC방에서 국산 게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PC방 관계자는 “불과 5년전만 해도 아이온,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국산 게임이 PC방 매출을 책임지고 있었다”며 “최근엔 전부 오버워치 아니면 LOL만 한다”고 밝혔다.

PC방 점유율 분석기관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1일 기준 PC방 점유율 1위는 오버워치로 총 27.1%를 차지하고 있었다. 2위는 LOL로 26.6%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 두 게임을 합친 점유율은 53.7%다. 즉 PC방 이용 손님 2명 중 1명은 오버워치와 LOL을 플레이 하고 있다는 의미다.

◇게임성과 과금체계에 밀린 국산 게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외산 게임이 점령한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뛰어난 게임성과 과금체계 등을 꼽는다. 외산 게임 중 특히 미국에서 만든 온라인게임의 경우, 높은 게임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산 게임 중 외국 게임을 벤치마킹하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다”며 “국내 개발자들도 자신들이 만든 게임보다 외산 게임을 더 열심히 플레이 해 모 업체에서는 해당 외산 게임의 접속을 차단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금 체계 역시 국내 유저들이 국산 게임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국산 게임의 경우, 유저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과금을 유도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와 LOL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킨(외형)을 주 판매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캐릭터 외형을 원하는 유저들은 현금을 소비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외형을 산다고 해서 기존 캐릭터에 비해 능력치가 향상되거나 하는 이점은 없다. 게임의 형평성을 위함이다.

반면 대다수 국산 게임들은 현금을 많이 소비할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는 과금 체계를 가지고 있다. 현금을 통해 구입한 아이템들은 캐릭터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각 나라별 특성이 있기에 과금체계를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도한 과금 체계가 게임 형평성에 어느정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높은 과금으로 인해 게임을 떠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도 문제

정부의 과도한 규제 역시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게임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규제 도입 후 게임산업은 급속도록 위축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2만658개였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2014년 1만4440개로 급감했다. 4년 새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업계 종사자 수도 4만8585명에서 3만9221명으로 20% 줄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7조원 대에서 9조원 대로 커졌지만, 성장률은 12.9%에서 2.6%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된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심야시간(자정~오전 6시) 동안 온라인게임 제공을 금지하는 규제다.

2012년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해외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 출전한 이승현 선수는 셧다운제 때문에 예선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셧다운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셧다운제에 부모선택제(부모 요청이 있으면 자녀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적 셧다운제에서 선택적 셧다운제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다.
21일 기준 오버워치와 리그오브레전드가 전체 PC방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자료=게임트릭스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기대작들

국내 게임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기대작들의 실패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개발사들은 여러 기대작을 시장에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네오위즈가 개발한 ‘블레스’,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4’, 넥슨의 ‘서든어택2’ 등이 있다.

블레스는 언리얼 엔진3를 사용해 개발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개발인력 150명이 투입됐으며 개발기간만 4년 이상이 걸렸다. 개발비는 약 400억원이다. 주로 게임 퍼블리싱을 맡아 왔던 네오위즈가 자체 개발한 MMORPG라는 점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가 OST작업에 참여해 게임의 완성도를 더했다.

그러나 블레스는 지난 2월 정식 출시 이후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PC방 점유율 20위권을 벗어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상반기 기대작치고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창세기전4 역시 마찬가지다.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PC 게임 창세기전 시리즈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소프트맥스는 이러한 창세기전의 인기를 이어가고자 온라인버전의 창세기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창세기전4는 개발 기간만 5년, 개발비 200여억원을 투입한 소프트맥스의 야심작이다. 지난 3월 공식 출시전까지만 해도 소프트맥스의 주가는 오름세를 유지했다. 유저들의 기대치가 그만틈 높았던 영향이다. 하지만 게임 공개 이후 하루만에 주가는 급락했다.

유저들의 기대치를 만족 시키지 못한 그래픽과 최적화 문제 등으로 창세기전4 순위는 현재 바닥권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넥슨의 서든어택2도 지난 7월 출시전까지만 해도 오버워치의 대항마로 업계에서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하지만 출시 후 불거진 여성 캐릭터 선정성 논란 등과 함께 기존 서든어택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결국 출시 20여일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국산 기대작 들 가운데는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며 “올 하반기에도 여러 기대작이 출시 준비중이다. 하반기 기대작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내 게임 시장 판도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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