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공세에 자동차업체들도 분주…창출될 신규 서비스 엄청난 기회 열려 있어

지난 3월 7일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제1호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허가 및 임시운행 시연행사가 열렸다. / 사진=뉴스1

 

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현재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 기업들이 자율자동차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IT기업의 공격적 전략 추진에 위기감을 느낀 자동차기업들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구글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만 마일 이상을 무사고로 운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선보였다.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IT기업 역량이 활용되기 용이한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

 

대다수 IT기업들은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운전에 필요한 각종 정보, 음악,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IT기술을 적용해 자동차 내외부 구동 정보, 인터넷 검색, 통화, 터치, 음성 인터페이스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애플은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iOS와 연동해 경로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음성 인식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카플레이를 출시했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연동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발표했다. 알리바바, 퀄컴, 인텔 등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기기다. 주행 및 안전과 관련성이 깊은 전장은 기후와 지형이 다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런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기계 장치를 보조하는 전장과 달리 그래픽, 음성 처리, 통화 등 담당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구현 사양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혁신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까지 자동차산업은 완성차를 만드는 자동차기업들이 부품을 공급 받고 이를 조립해 판매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자동차기업들은 차량 제작을 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특정 모델에 맞는 부품 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완성차 제작 및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시장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IT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동차기업들이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사이 IT기업들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자동차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게 됐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수준의 고도화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주행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 단계적인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시장의 경쟁 기업과 연대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GM, 포드, BMW, 현대∙기아차, 닛산 등 자동차기업들은 전장 기술 표준화 단체인 오토샤를 통해 자동차 성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표준화 단체인 제니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의 단조로운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자동차산업 비즈니스는 IT기술 적용이 확대되면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의 운전 습관, 주행거리, 차량 상태, 정비 이력 등 그간 활용이 어려웠던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맞춤형 보험, 광고, 실시간 차량 관리 등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도 높다.

 

IT와 자동차기업들 모두 자율주행차 시장이 만들어 갈 비즈니스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IT와 자동차기업이 자율주행차를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는 한편 데이터 획득 및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중심으로 첨예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콘텐츠 및 서비스 비즈니스는 IT와 자동차 및 통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뛰어드는 각축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와 IT라는 글로벌 경제의 대표적 산업 기술의 교집합이란 측면에서 긍정적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종 기술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산업간 경계가 흐려지고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창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 연구원의 설명이다.

 

전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가 수동적 이동수단이라는 오랜 패러다임은 바뀔 것이라며 자동차산업 자체는 물론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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