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토마스 포지오 CSAIL 교수 인터뷰

 

토마소 포지오 MIT 교수가 17일 연구실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토마소 포지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MIT 산하 ‘두뇌·마음·기계 연구센터(CBMM)’의 센터장이자 전산·통계학습 연구소(IIT-MIT)와 두뇌과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생물학과 사이버네틱스를 전공한 뒤 1981년 MIT에 합류했다. 

 

그는 인간행위를 흉내 내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인간 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능을 학습능력이라고 정의한다. 학습의 본질은 개별 사례들을 보고 일반화하는 능력이라고 판단한다. 신생아는 태어나 별로 본 것도 없어도 자기가 본 것을 동물, 차, 말 등 특정 범주로 구분하는 능력을 재빨리 습득한다. 포지오 교수는 이런 신경망 기제를 연구해 인구지능을 설계한다. 


17일 MIT CBMM 연구실에서 포지오 교수를 만났다. 그는 매사추세츠 우즈홀에서 열린 CMBB 하계 세미나를 마치고 MIT로 돌아오자마자 기자와 인터뷰했다.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

인간 지능에 대해 이해다. 어렸을 때 앨버트 아인슈타인에 매혹됐다. 시간과 공간, 물리학, 상대성이론 등이 흥미로웠다. 인간 정신과 지능도 이에 못지않게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는 어떻게 더 많은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인간 지능의 신비를 풀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더 잘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 목표를 이루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겠나?

우주나 생명의 기원, 시간의 구조 같은 주제 못지않게 지능은 중요한 문제다. 지능의 신비를 빨리 풀 수는 없다. 앞으로 수년은 지나야 눈에 띄는 진보가 보일 듯하다. 일각에선 인간 지능을 뛰어 넘은 ‘초지능 기계’를 무서워한다. 초지능 기계가 금방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 해결할 과제가 많다. 생물학 영역에서 우선 돌파구가 나와야 한다. 인간 지능을 컴퓨터에 복사하기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기기관과 기계화가 그랬듯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 택시 운전사 등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의사나 투자 자문역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듯하다. 반면 과학자, 엔지니어, 컴퓨터 설계자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배관공, 정원사처럼 작업 현장에서 온갖 변수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 직업군은 줄지 않을 듯하다. 그 중간에 있는 직종은 상당수 없어질 듯하다.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가 조만간 대두된다. 10년 안에 기계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간다. 그럼에도 사회는 더 부유해진다.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득은 늘지만 할 일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게 문제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새 직업도 생긴다. 사람들이 로봇 축구보다 사람이 뛰는 축구를 더 좋아할 듯하다. 그럼 축구는 여전히 번창하고 투자액도 늘어난다.

토마스 포지오 교수가 17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인공지능 연구의 비약적 성장을 위해 다음 과제는 무엇인가?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컴퓨터가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긴 첫 사례였다. IBM 왓슨 2011년 TV 퀴즈쇼 저파디에서 인간 우승자를 제압했다. 지난 3월 딥마인드가 바둑 게임에서 이세돌 9단을 물리쳤다. 당시 그 현장에 있었다.  

 

이슬라엘 스타트업 한 곳은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시각정보 처리시스템을 칩에 담아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일정 지역에서 구글 자율주행차만 도로에 다닌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율주행차를 도입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 사이에 섞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은 10년 이상 걸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발전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로봇 외과의사의 도입도 대표 사례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20년 뒤 기계가 인간만큼 똑똑해진다고 확신하더라. 글쎄다. 기계가 의식까지 가지려면 좀 더 걸릴 듯하다.

연산능력이나 처리용량 면에서는 기계가 인간 두뇌보다 낫다. 다만 우리는 기계의 연산능력을 지능으로 바꿀 알고리즘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 알고리즘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모르겠다. 지난 5년간 머신러닝, 딥러닝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세상 물건의 이미지를 일일이 보여주면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미지를 보고 학습하지만 금방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다. 이 신비를 풀어야 한다. 신경과학이 지금까지 성과를 냈다. 다음 단계 발전도 신경과학 연구에서 나올 거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 않나?

인간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연산이라면 컴퓨터가 더 잘하지 않나. 인간 지능은 정의하기엔 애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에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협업이 필수다. 인간 지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 발전도 가능하다. 기계는 결국 인간 사고를 본떠야 똑똑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인 듯하다. 기업은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기초 분야 투자는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 펀드 운영해 신경과학, 인지과학, 머신러닝 등 기초 과학에 투자한다. 기업이 그것을 따라할 수 없다. 딥마인드가 가장 좋은 벤치마킹 사례일 듯하다. 가상현실 게임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리적 실체가 없어 제약이 없다. 

 

자율주행차는 99.99% 정확해선 안 된다. 99.9999% 정확해야 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아니고 주행통제시스템이었다고 하더라도 테슬라 운전자가 사망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는 영역은 인공지능을 도입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내심이 부족한 기업이 섣불리 투자할 분야가 아니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투자는 어떤가?

로봇은 인공지능의 응용 분야 중 하나다. 로봇은 물리적 실체가 있어 단순하지 않다. 머신러닝 뿐만 아니라 기계공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손, 팔, 다리, 피부 등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상당하다. 좀 더 지켜봐야할 영역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초음파 진단장치는 어떤가. 얼마전 스타트업 하나를 만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MRI 촬영이 어렵지 않다. 아프리카는 다르다. 보급형 초음파 진단기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초음파 진단기로 촬영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시스템은 딥러닝 기술의 좋은 사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