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가능성에 환율 널뛰기…외환당국 투기적 거래 주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6.1원 상승한 달러당 1108.3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1년3개월만에 최저치인 1092.20까지 떨어진 뒤 하루만에 상승이다.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할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에서 공방을 벌이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1100선을 탈환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환율은 1100선을 두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분위기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6.1원 상승한 달러당 1108.3원을 기록했다. 1년3개월만인 전 거래일에 최저치인 1092.20까지 떨어진 뒤 하루만에 상승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승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변동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미국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발언에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반대의 경우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9월 금리 인상은 가능하다”며 “미국 경제 상황은 양호하며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들리 총재는 금리인상의 근거로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가깝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올해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금리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8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통령 선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시장 전망을 반박한 셈이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은 총재 역시 연내 추가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놨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9월 보다는 연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록하트 총재는 "최소한 연내 한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적당하다"며 "다만 9월 FOMC에서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연은 총재의 발언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으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 발언 이후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1년3개월만에 최저치인 1092.20까지 떨어졌다.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연준은 이에 맞게 통화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가 제시한 통화정책의 변경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윌리엄스 총재가 언급한 방안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이는 방안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테일러룰(Taylor's rule)에서는 중립금리에 GDP 전망치와 추세치와의 차이,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목표치와의 차이를 더해 목표 금리 수준을 평가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면 그만큼 목표 금리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은 일단 기준금리 변동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 동결을 결정한 만큼 빨라야 10월에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을 줄일 요소는 외환당국의 개입 정도로 요약된다.

외환당국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 시장을 통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국내 경상수지도 흑자를 내면서 원화가 강세를 띄고 있어서다. 이런 흐름에 당국이 직접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에서 공방을 벌이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4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매년 두차례 발표되는데 다음 보고서는 올해 10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이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제재도 가능하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원화 가치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투기적 거래가 나타나는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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