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사진 올리던 대학생이 쇼핑몰 CEO로…“성공은 몰라도 성장하는 기회될 것"

 

윤동준(24) 투아이디 대표는 SNS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쇼핑몰을 준비중이다. / 사진=임슬아 기자
인스타그램에 ‘#데일리룩’을 검색하면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입은 옷 사진을 올리고 브랜드 정보를 태그한다. 작년 여름 윤동준(24) 투아이디(to.id) 대표도 그런 사진을 올리는 평범한 패션 전공 대학생이었다.

 

단지 그의 사진에는 옷만 담기지 않았다. 옷과 함께 담아낸 날씨와 감정,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는 수 천개의 ‘좋아요’를 불렀다. 어느새 그를 팔로잉하는 사람만 3만4000명을 넘어 섰다.

윤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인지도를 기반으로 의류판매사업에 뛰어들어 9개월 동안 ‘블로그마켓’을 진행했다. 다가오는 9월에는 쇼핑몰 개업을 앞두고 있다. SNS에서 그랬듯, 쇼핑몰 또한 감정선이 담긴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16일 윤씨를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까페에서 만났다. 그는 작업노트에 영상콘티를 짜고 있었다. 윤씨는 “옷뿐만 아니라 매달마다 느낀 생각을 사진과 영상, 일러스트 엽서로 표현할 것”이라며 “쇼핑몰에 방문한 사람들이 옷에서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창업 원동력

윤씨가 패션 전공 대학생이 된 건 2012년. 그때부터 윤씨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꿈꾼다. 그러나 자금과 인맥이 없었다. 그가 노린 건 SNS를 활용한 ‘무명(無名) 탈출’이다. 윤씨는 1년 안에 팔로워 8000명을 목표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다.

“점심 먹고 난 오후 1시, 퇴근 후 오후 7시, 자기 전 밤 12시 이렇게 사람들이 SNS를 많이 하는 시각에 글을 올렸다. 글 내용이나 사진 구도 등 포스팅 콘셉트를 신중하게 연구했다. 날씨나 장소를 신경 쓰는 꼼꼼함이 사람들의 호감을 샀던 것 같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의 감성이 담긴 옷 사진에 팔로워는 3만명을 훌쩍 넘겼다. 2015년 졸업 후 그는 블로그마켓으로 옷을 판매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팔로워가 늘어났다고 해서 마켓 판매가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윤씨는 “팔로워가 3만명을 넘어섰을 때 마침 장사가 안 됐다”며 “인지도가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창업 두려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꺼져가던 그의 도전기에 불을 붙인 건 ‘사람’이었다. 윤씨는 SNS 팔로워들이 보내오는 응원 메시지에 힘을 얻었다. 욕심을 버리고 팔로워와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이들의 대화는 옷 취향을 공유하면서 곧 날씨나 사진 장소 등의 이야기로 불어났다.

“인지도가 쌓이면서 다른 분야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을 알게 됐다. 창업을 머뭇거렸을 때 그런 친구들이 자극을 줬다. 그렇게 알게 된 6명과 팀원을 꾸려 쇼핑몰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윤씨는 사람들이 보내온 응원 메시지를 듣고 성장한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사진=임슬아 기자
◇ ‘팔기만’ 하지 않고 ‘전할 수’ 있는 3인칭 CEO

블로그마켓에서 윤씨는 홀로 ‘제품 선택·촬영‧고객문의‧포장·배송’까지 전부 해야 했다. 윤씨는 고객 하나 하나에게 손편지를 보냈다.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본 지명에 사는 고객들이 고맙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애틋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를 시작하면서 만든 계정 ‘투아이디’는 윤씨 자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image+innovation design'. 즉, 일상에서 혁신적 디자인을 하자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블로그마켓을 거쳐 쇼핑몰을 준비하게 되면서 의미가 ’to(~에게)+id(아이디)‘로 바뀌었다.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뀐 투아이디는 ‘당신들에게 전하는 옷과 이야기’라는 뜻이 됐다.

그의 최종 목표는 쇼핑몰을 넘어 ‘투아이디’라는 독립 브랜드 론칭이다. 다만 아직 어린 CEO인 탓에 통장잔고가 가볍다. 현재로서는 대량 생산된 일명 ‘보세옷’을 팔 수 밖에 없다.

그는 “고객들이 들려준 이야기 보세옷을 입더라도 투아이디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다른 데서 파는 옷과 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며 “블로그 마켓은 고객에게 ‘무엇을 살 것인가’만큼 ‘어떻게 살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쇼핑몰 투아이디는 문화예술 공간에 가깝다. 윤씨가 각 달마다 느낀 생각을 한 문장으로 만들고 옷을 준비한다. 그러면 각 분야 팀원들이 15컷 정도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기획하고 엽서를 제작한다.

그가 선보일 쇼핑몰은 신선한 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보통 쇼핑몰이 2~3주에 한 번씩 신상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독보적인 기획이라는 거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성공은 몰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또 다음의 단계를 바라보며 내년 12월 안에 열 조그만 쇼룸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쪽 벽면엔 일러스트를 그리고 다른 한쪽엔 그 달 만든 영상을 프로젝트로 띄우는 거다. 중앙에는 자체제작한 옷을 걸어 놓고 싶다. 옷과 예술이 합쳐진 쇼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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