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투자부진 아니다" 반론도…'생명위협'이라는 초유의 사면 명분은 경영복귀에 부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M&A 등 투자규모도 커지리라는 전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지금도 투자부진 상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CJ 사옥 전경. / 사진=뉴스1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M&A 등 투자규모도 커지리라는 전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총수가 부재한 지난 3년 간 투자 규모가 줄었다는 게 이 같은 전망을 지탱하는 근거다. 이 회장 구속 전인 2012년 투자금액이 가늠자로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도 투자부진 상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올해에도 수천억원대 M&A가 잇달아 시도됐다. 다만 총수 복귀로 보다 좀더 과감하게 베팅을 할 수 있으리라는 내부 기대감은 있다. CJ헬로비전 매각 무산 등 꼬인 매듭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면에 따른 여론 후폭풍은 변수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 사면 후 CJ그룹이 투자를 확대하리라는 관측이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3년 간 총수 부재로 인해 투자규모가 줄었다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 이후 투자가 크게 줄었다고 지적한다. 2012년 CJ그룹의 투자금액은 2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총수 공백이 현실화한 2014년부터는 투자 규모가 2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2012년의 투자금액이 유독 컸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CJ의 투자규모는 1조 70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5년간 투자금액이 2조원을 넘었던 해는 2012년과 2013년뿐이다. 올해도 2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1조 9000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사면이 현실화하기 전에도 대규모 M&A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룹 내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CJ제일제당은 바이오분야 M&A에 적극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수대상은 중국 매화생물과학기술그룹이다. 매화는 연매출 2조원 규모의 중국 1위 바이오업체다. CJ는 매화를 인수하기 위해 3년동안 공을 들였다.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24일 인수금액, 거래구조, 조건 등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종결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의 지분 100%를 360억원에 인수했었다.

하지만 매화 인수포기를 총수 부재와 연동시키는 논리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인수 후 효과를 따져본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순차입금이 5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무리한 인수금액 지불은 주가에 되레 악재”라고 설명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M&A에 적극 나섰음을 방증하는 사례는 많다. 올해 가장 큰 거래는 CGV가 성사시켰다. CGV는 4월에 8000억원을 들여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마르스는 85개 극장과 700개 스크린을 보유한 유럽 내 가장 큰 극장사업자다. 당시 그룹도 김일천 CJ오쇼핑 대표를 마르스 인수 추진단장으로 긴급투입하며 적극 개입했다.

CJ는 또 최대 5000억원의 거래 규모가 예상되는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유력한 인수계열사는 CJ푸드빌이다. 당시 CJ푸드빌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의향서를 낸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NHN엔터테인먼트와 KG그룹 컨소시엄도 맥도날드 인수참여를 공식화하면서 거래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J가 최근 참여한 동양매직 인수도 거래 금액이 크다. 인수합병업계는 예상 매각가를 5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SK와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포함된 재무적투자자(FI)들도 대거 뛰어들었다.

CJ그룹 내 한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M&A 등 투자 계획을 올리면 그룹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며 “현재도 해외시장 중심으로 꾸준히 M&A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총수의 사면이 좀 더 과감한 베팅을 하는 기폭제가 되리라는 내부 기대감은 있다. CJ 계열사 관계자는 “사면 전에도 의사결정기구가 있었다. 다만 1조원 단위가 넘어가는 투자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면 결정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 입장에서도 보다 큰 금액이 들어가는 투자계획을 그룹에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꼬인 매듭을 푸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장 CJ헬로비전 매각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어떻게 정리할 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매각무산 이후 CJ그룹의 한 핵심관계자는 “다시 잘 어루만져 잘 키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었다.

CJ헬로비전은 사면 발표 닷새가 지난 17일 변동식 CJ 사회공헌추진단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재현 회장 사면 이후 처음 단행한 고위직 인사다. CJ가 지난 5월 발표한 1조4000억원 규모의 ‘K컬처밸리’ 건립계획 등 한류 관련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의 사면 논리가 ‘생명위협론’이었다는 점은 되레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2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 회장은 지병 악화 등으로 사실상 형 집행이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감안했다"며 “수감생활을 하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검찰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섣부른 경영복귀가 여론의 역풍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면발표 당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형 집행 정지를 통해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특별사면까지 한 것은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이 회장 사면발표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17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당분간 몸을 추스르는 데 전념할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해 저와 여러분의 땀이 깃든 CJ를 위해 다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