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도 전략산업 육성 위해 필요 vs 의료법 등 무력화 독소조항 빼야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 추진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을 비롯한 시∙도지사들이 나란히 서 있다. / 사진=뉴스1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에너지환경, 바이오헬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ICBM) 등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신산업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강점을 활용, 맞춤형 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14개 시∙도(수도권 제외)에서 선정한 에너지신산업∙드론∙무인차∙의료 등 27개 전략산업에 대해 재정과 세제를 지원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정책이다. 규제프리존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역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강조한다. 신성장 산업기반 마련과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세운 핵심 콘텐츠다.

 

지난 19대 국회 때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노동개혁 5법 패키지와 맞물려 19대 국회 임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이학재 새누리 의원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다시 들고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학재 의원은규제프리존 운영을 통한 지역 전략산업 육성과 성장기반 마련 등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될 특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도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잘 할 수 있는 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특례 등을 통한 맞춤형 패키지 지원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간 지역 대책은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규제완화 및 기업 투자유치에 있어 지역별 차별성 부족으로 성과 창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학재 의원은 지역 주도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혁신적 규제개혁 시스템을 통해 지역 경제 경쟁력 제고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경우 특정지역을 국가전략 특구로 지정, 의료 및 농업 등 지역별 특화된 산업에 규제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기업 투자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국가전략 특구법을 제정해 신산업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0개의 특구를 운영 중이다. 혁신적인 규제개혁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기업 투자 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국가전략 특구 제도를 도입했다지난 6월 현재 기업이 활용 중인 규제개혁 메뉴는 45, 추진 중인 사업은 175개에 달하는 등 성공적인 규제개혁 사례로 꼽힌다고 전했다.

 

최윤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을 비롯, 지역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정부의 규제프리존 정책이 신속히 법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정부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을 하반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규제프리존이 도입되면 지역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전략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견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역간 혁신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전체 혁신 역량 제고 및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특례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도 재정과 세제 등 맞춤형 지원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법, 의료기기법, 화장품법 등 세부 독소조항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야당은 규제프리존 내 미용업자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허용한 의료법 특례규정이 의료산업화 정책 추진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자체는 의료기관의 영리사업을 보다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미용업 개설자 등에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또 화장품법 특례를 적용할 경우 규제프리존 내 사업자는 제조업 및 제조판매업을 쉽게 할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자율주행차 전자장비가 수집한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 영상정보 자동처리기기로 수집한 개인정보,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수집한 개인정보 등의 경우 암호화나 기명처리 등 식별이 불가능하게 조치하면 기업들이 이용자 동의 없이 쓸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 경제민주화실현 전국네트워크 등은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에 앞서 환경∙보건∙안전에 대한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며 무분별한 규제완화 남발을 강하게 비판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무쟁점 법안이 아니다. 보건, 의료, 환경 등에 대한 시민사회 우려와 법 폐지 요구가 높은 핵심 쟁점 법안이라고 힐난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의 불만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맹 국장의 설명이다. 지역 전략산업 육성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과 견주어 실효성 논란에 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맹 국장은 지역 전략산업은 수도권의 산업정책과 매우 밀접하다.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 화력 발전소 확대 등으로 수도권 인근 충청권과 강원권의 녹지 훼손, 미세먼지, 지역주민들의 건강 및 생활환경 악화 등이 우려된다. 지역 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다.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등은 선언에 불과한 규제완화 일색이다고 꼬집었다


적용되는 사업이 방대해 구체적인 규제완화 내용도 불분명해 법의 명확성이나 예측가능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맹 국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같이 신기술에 대한 안정성의 실증을 기업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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