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 소셜로봇 상용화 눈앞… 박혜원 등 한국 교포 3인 참여

박혜원 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15일 연구실에서 개발중인 소셜로봇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곳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다. MIT 산하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와 미디어연구소(Media Lab)는 각각 학문적 연구와 산업적 응용 측면에서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시사저널e는 8월 14~17일 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와 미디어연구소를 찾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연구실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고 교수와 연구원 등 5명을 인터뷰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세계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정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5일 오후 3시10분.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MIT E15 연구동 4층에 자리한 미디어연구소 산하 개인로봇연구그룹 연구실에 도착했다. 출입구 앞에서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는 동양인 여성을 지나쳤다. 연구실치곤 상당히 넓었다. 4층 한쪽 벽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대학 강의실 7~8곳을 합쳐 놓은 널찍한 공간이었으나 연구원, 로봇, 전자장치, 작업대, 화이트보드 등이 자리를 차지해 비좁아 보였다. 창가 쪽으로 개인 연구실들이 자리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자료에서만 봤던 온갖 소셜로봇(Social Robot)들이 눈앞에 전시돼 있었다. 체중감량을 돕는 아톰부터 미국 해군이 연구 지원한 위험물 제거용 렉시까지 미완성의 로봇들이 낯선 이방인을 반겼다. 어린이 언어학습과 사회적 태도 습득을 돕는 소셜로봇 태거도 몸을 연신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관심을 보였다. 영화 그렘린에도 출연한 레오나르도는 큰 눈을 눈 채 기자를 응시했다. 그 뒤로 프로그래밍에 몰두한 연구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5분가량 로봇에 정신 팔려 있다보니 개인로봇연구그룹 내 유일한 박사후 과정인 박혜원 박사가 들어왔다. 출입구 앞에서 마주친 동양인 여성이었다. 박혜원 박사는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연구원이라기보다 준수한 용모의 대기업 직장인 같았다. 박혜원 박사는 신시아 브리질 MIT 개인로봇연구그룹 총괄 교수와 함께 소셜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포항공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서 석·박사를 취득한 뒤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

박혜원 박사는 평소엔 다른 연구원처럼 편하게 입고 다닌다. 당일 중국 전자업체 연구개발(R&D) 총괄 사장과 연구비 지원 관련 회의를 갖다보니 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업체 이름과 지원 금액을 집요하게 물었다. 박혜원 박사는 “방금 전 화웨이 최고경영자를 만났어요”며 “지원 금액이요? 100억원도 안돼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화웨이는 박혜원 박사가 주도하는 미취학 아동 교육용 소셜로봇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에 기울이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이 개발하는 소셜로봇들. 위험물 제거용 매덕스, 어린이 학습용 태거, 영화에도 출연한 레오나르도, 매덕스 원조격인 렉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사진=이철현 기자

 

전 세계 기업들이 MIT 미디어연구소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으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지원 기업은 일반과 프리미엄 회원으로 나뉜다. 모든 회원들은 연구소 내 30개 그룹 350개 프로젝트의 현황과 연구 성과를 열람할 수 있다. 일반 회원과 달리 프리미엄 회원은 자사 연구원을 미디어연구소에 보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회원사라 자사 연구원을 미디어연구소에 보냈다. 삼성전자 연구원은 지금 퍼스널로봇연구그룹에 속해 박혜원 박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원은 방문 당일 자리를 비웠다. LG전자도 스마트폰용 상용작용 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해당 연구 성과물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해당 기술을 상업화하려면 별도로 기술사용료를 내야 한다. 지원금은 미디어연구소 연구 프로젝트 현황과 성과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열람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유력 기업이 앞 다투어 지원금을 낸다. 이에 따라 미디어연구소는 해마다 예산 6000만 달러 이상을 책정한다.

개인로봇연구그룹을 이끄는 이는 신시아 브리질 MIT 미디어연구소 교수다. 그는 소셜로봇 연구 분야에선 ‘살아있는 전설’이다. 소셜로봇 연구하려면 브리질 교수 저서부터 훑어야 한다. 그는 소셜로봇 상업화에 관심이 많아 소셜로봇 지보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타트업까지 창업했다. 방문 당일에도 지보 사업차 출장 중이었다. 브리질 교수는 개인로봇연구그룹이 수행한 17개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일부는 매조지 했지만 상당수는 진행 중이다.

개인로봇연구그룹에는 14명이 연구하고 있다. 브리질 교수가 좌장이고 박사후 과정 1명(박혜원 박사), 박사과정 7명, 석사과정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혜원 박사는 어린이 교육용 로봇, 로봇 사고방식과 호기심 등 2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박혜원 박사는 보스턴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소셜로봇 태가를 활용해 언어학습과 사회성 교육을 수행하는 현장 실험을 앞두고 있다.

박사과정 연구원 중엔 정수연과 이진주이란 이름이 눈에 띄었다. 모두 미국 국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터라 미국인이라고 봐야 한다. 정수연 연구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MIT에서 학부를 나왔다. 부모는 한국에서 산다. 그는 지금 방학을 맞아 한국에 머물고 있다. MIT로 복귀한 다음날인 17일 오전 10시 MIT 연구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수연 연구원은 로봇 언어학습 등 2개 이상 프로젝트에 공동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LG전자가 지원한 스마트폰용 상호작용 프로그램 프로젝트도 정수연 연구원이 참여했다. 이진주 연구원은 소셜지원 로봇, 장기간 상호작용 로봇 등 2개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박사 논문 막바지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만나면서 새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학자나 컴퓨터공학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접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 물꼬를 트는 영역이 소셜로봇이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일상의 삶 속에 들어와 인간과 상호소통하며 사회성 교육, 언어학습 등 기능을 수행한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그 파급효과가 자동차 산업보다 커질 듯하다. 새 성장동력을 찾는 한국 산업이 눈여겨 볼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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