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앱 선탑재 논란…억지 숫자 올리기보다 경쟁력 있는 앱 개발을

간이 나빠 얼굴색이 안 좋아진 환자의 얼굴색을 좋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간을 치료하는 것, 다른 방법은 얼굴에 화장을 하는 것이다. 정상적 사고를 가진 의사라면 당연히 전자 방식을, 누군가를 속이려 하는 의사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하지 않고 얼굴 화장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해 시끄럽다.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정부 3.0앱 선 탑재 논란이다. 갤럭시노트7을 작동하면 뜨는 자동 설치 앱 목록에 정부 3.0 앱이 포함됐다. 6월 행정자치부가 갤럭시노트 차기작에 정부 3.0 앱 선 탑재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가 앱 다운로드 숫자를 높이려고 기업을 이용한다는 것 외에 다른 해석을 할 수가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이를 지울 수 있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소비자가 원하면 설치를 하는 것이 정상인지, 미리 깔아놓고 싫으면 지우라는 것이 정상인지는 행정자치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다른 앱 들은 다 소비자가 원하면 깔게 돼 있다. 전 국민이 쓰는 앱인 카카오톡 및 라인조차 따로 다운받지 미리 깔려있지 않다.

만약 10명 중 2명 정도가 복잡하고 귀찮단 이유로 해당 앱을 지우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올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목표량이 1500만대다. 이 중 1000만대만 팔려도 20만개 앱이 저절로 보급된다. 이건 앱을 지우지 않는 이가 10명 중 2명일 때 이야기니 실제론 얼마나 더 많은 다운로드가 이뤄질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정부3.0 갤럭시노트7 선 탑재는 명분도 빈약하다. 공공서비스 이용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데 3년 동안 총 다운받은 횟수가 5만회에 불과하다는 것에서 이미 그 명분은 설득력을 잃는다. 3년 동안 홍보비를 쏟아 붓고도 직원 수 10명도 안 되는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앱 들보다 다운로드 수가 적다는 것은 반성할 일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다운받게 해서 수치를 올리려는 행위는 더 부끄러운 일이다. 다운로드 숫자가 적은 것은 격려를 받을 수 있으나 수치를 강제로 올리려는 행동은 동정조차 못 받게 하는 행위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행정자치부의 ‘권유’를 삼성전자가 ‘수용’한 것 뿐 이라고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몇이나 될까. 행정자치부의 권유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몇이나 될까. 정부3.0 다운로드 수를 늘리고 싶으면 앱의 경쟁력을 높여서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용자들은 유용하면 자기가 알아서 다운로드 받는다. 정부가 우격다짐 식으로 다운로드 숫자를 높였다고 박수를 쳐 줄 국민은 없다. 정부는 쉬운 길로 빠지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힘들더라도 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갤럭시 노트7이 정부 앱이 선탑재 되는 마지막 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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